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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에 빛나는 한승규가 벤투호에 승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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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결국 보약이 됐다. 후반기 한승규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23세 이하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많이 뛰고, 가장 잘 뛴 선수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제자의 태도를 칭찬했다. "나도 축구하면서 기회를 못 받았을 때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축구 인생에서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있다. 잘 견뎌내면 틀림없이 돌아오는 보상도 있다. 그러나 앉아서 기다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열심히 할 일을 했을 때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한승규의 아시안게임 이후 훈련 태도, 축구 하는 자세를 보고 '후반기 일 좀 내겠다' 싶었다."
4일 오전 전해진 태극마크 소식에 김 감독은 "그래요?"라며 반색했다. "많이 기쁘다"는 짧은 소감 속엔 말로 다 못할 흐뭇함이 읽혔다. '국가대표 레전드' 김 감독 아래 폭풍성장한 스물두 살 공격수 한승규가 날개를 달았다. 김 감독은 '감독님 공'이라는 말에 손사래 쳤다. "나는 기회를 줬을 뿐이다. 승규가 잘한 것이다. 스스로 위기를 잘 이겨냈다"며 미소 지었다. "국가대표가 된 것 역시 승규가 잘해서 된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훈련, 경기때, 평소 생활 모습을 잘 안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향상된 것은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능을 배가시킨 것은 결국 본인의 노력"이라고 칭찬했다.
A대표팀 첫 훈련에 들어가는 애제자를 향한 레전드의 조언은 "하던 대로"였다. 김 감독은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선수에게는 어떤 조언도 필요없다. 열심히 다른 생각없이 기회에 충실하면 된다"고 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하던 대로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마음 편하게, 못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젊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단, 감독이 원하는 걸 빨리 캐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배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큰무대에서도 자신의 할 일을 해내는 '영플레이어' 한승규의 '배짱'을 높이 샀다. "승규는 배짱 있는 선수다. 배짱이 있으니까 경기장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축구선수로서도, 앞으로 성장하는 데도 굉장히 큰 장점이다. 어린 선수는 더 잘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줘야 한다"며 웃었다.
태극마크를 꿈꾸던 한승규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제겐 아시안게임이 약이 됐다. 아시안게임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부족해서 못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국가대표를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민재, 희찬, 인범 등 1996년생 동기중 좋은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가 있다. 저도 가고 싶지만 그게 쉽게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팀에서 잘 하다보면 보여주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리고 한달 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축구청춘, 한승규에게 영플레이어상과 태극마크가 동시에 찾아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