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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플레이어상→첫 태극마크'한승규,김도훈 감독의 믿음이 통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2-04 14:05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 대상 시상식.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울산 현대 한승규가 김도훈 울산 감독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년 K리그 영플레이어상에 빛나는 한승규가 벤투호에 승선했다.

3일 K리그 대상 영플레이어상 수상 바로 이튿날 또 하나의 낭보가 찾아들었다. 4일 오전 발표된 A대표팀 훈련 소집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잔인했던 여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낙마의 아쉬움을 떨치게 됐다.

이날 애제자 한승규의 태극마크를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울산 김도훈 감독이다. 김 감독은 전날 한승규의 영플레이어상 수상 때도 누구보다 환한 미소로 축하를 건넸다. K리그 레전드로서 선수 시절 때 득점왕, MVP를 휩쓴 김 감독은 "내가 상 받을 때보다 더 기분 좋더라"는 말로 기쁨을 표했다. 한승규는 수상 소감에서 "제일 많이 도와주신 김도훈 감독님"이라는 말로 스승을 향한 같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 감독은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선수가 잘하니까 기회를 준 것인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다"며 웃었다.


2년차 신예 공격수 한승규가 5골 7도움의 활약을 펼치고, 2002년 이천수 이후 무려 16년만에 울산 출신 신인상을 수상한 데는 김 감독의 격려와 믿음이 절대적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등 1996년생 동료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던 순간, 한승규는 울산 훈련장에서 남몰래 뜨거운 땀방울을 흘렸다. 김도훈 감독은 어린 재능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지지를 보냈다. 리그 31경기에 믿고 썼다.

시련은 결국 보약이 됐다. 후반기 한승규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23세 이하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많이 뛰고, 가장 잘 뛴 선수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제자의 태도를 칭찬했다. "나도 축구하면서 기회를 못 받았을 때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겼다. 축구 인생에서 누구나 어려운 시기가 있다. 잘 견뎌내면 틀림없이 돌아오는 보상도 있다. 그러나 앉아서 기다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열심히 할 일을 했을 때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한승규의 아시안게임 이후 훈련 태도, 축구 하는 자세를 보고 '후반기 일 좀 내겠다' 싶었다."

본격적인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김 감독은 인터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승규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해안더비' 미디어데이에도, FA컵 미디어데이에도 울산의 간판은 언제나 한승규였다. 재능 넘치는 어린 선수를 향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4일 오전 전해진 태극마크 소식에 김 감독은 "그래요?"라며 반색했다. "많이 기쁘다"는 짧은 소감 속엔 말로 다 못할 흐뭇함이 읽혔다. '국가대표 레전드' 김 감독 아래 폭풍성장한 스물두 살 공격수 한승규가 날개를 달았다. 김 감독은 '감독님 공'이라는 말에 손사래 쳤다. "나는 기회를 줬을 뿐이다. 승규가 잘한 것이다. 스스로 위기를 잘 이겨냈다"며 미소 지었다. "국가대표가 된 것 역시 승규가 잘해서 된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훈련, 경기때, 평소 생활 모습을 잘 안다. 짧은 시간에 이 정도로 향상된 것은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재능을 배가시킨 것은 결국 본인의 노력"이라고 칭찬했다.

A대표팀 첫 훈련에 들어가는 애제자를 향한 레전드의 조언은 "하던 대로"였다. 김 감독은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선수에게는 어떤 조언도 필요없다. 열심히 다른 생각없이 기회에 충실하면 된다"고 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하던 대로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 마음 편하게, 못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젊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단, 감독이 원하는 걸 빨리 캐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배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큰무대에서도 자신의 할 일을 해내는 '영플레이어' 한승규의 '배짱'을 높이 샀다. "승규는 배짱 있는 선수다. 배짱이 있으니까 경기장에서 그렇게 할 수 있다. 축구선수로서도, 앞으로 성장하는 데도 굉장히 큰 장점이다. 어린 선수는 더 잘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줘야 한다"며 웃었다.

태극마크를 꿈꾸던 한승규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제겐 아시안게임이 약이 됐다. 아시안게임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부족해서 못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노력했다. 국가대표를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민재, 희찬, 인범 등 1996년생 동기중 좋은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가 있다. 저도 가고 싶지만 그게 쉽게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팀에서 잘 하다보면 보여주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리고 한달 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축구청춘, 한승규에게 영플레이어상과 태극마크가 동시에 찾아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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