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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한국축구의 가장 큰 고민은 '못 뛰는 해외파'였다.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를 뽑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의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렇다.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는 꾸준히 나서는 선수 보다 경기력이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통념과 반대되는 '미스테리'한 선수가 있다. 김영권(광저우 헝다)이다.
김영권은 올 시즌 광저우 헝다 소속으로 단 13경기만을 소화했다. 중국 슈퍼리그가 아시아쿼터를 폐지하며 팀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유럽 진출을 추진했지만 광저우 헝다 측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탈락하며, 김영권은 올 시즌 후반기에는 단 한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김영권은 소속팀에서 경기만 나서지 못할 뿐, 평소보다 더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월드컵 전부터 실시했던 개인 트레이닝의 강도를 높였다. 1군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뒤, 1군이 경기를 위해 이동할 때는 2군으로 내려가 게임을 뛴다. 이를 통해 경기 감각을 회복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 트레이닝에 힘을 쏟는다. 트레이너로부터 받은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오랜 개인 훈련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접목시켜 만든 김영권만의 훈련 프로그램이다. 김영권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물론 경기 체력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영권은 호주전을 치르면서 상당한 체력적 부담을 느꼈다. 김영권 측 관계자는 "영권이가 호주전을 뛰는 도중 굉장히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게 경기체력이구나'하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라. 죽을 힘을 다 해서 뛰었고, 다행히 우즈벡전에서는 나아졌다고 하더라"고 했다. 호주전 이후 이적에 대한 생각이 더욱 커졌다. 벤투 감독 역시 이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권 측 관계자는 "우즈벡전 이후 벤투 감독이 고참 선수들을 불러 미팅을 했다. 영권이도 참석했다. 벤투 감독이 '네가 그간 쌓아놓은게 있으니까 2~3달 정도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더 길어지면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더라. 영권이도 동의했다"고 했다.
김영권은 실제 이적을 추진 중이다. 중국 슈퍼리그가 새로운 외국인선수 제도를 아직 발표하지 않아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러브콜도 있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김영권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관심을 보이는 클럽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