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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싸움'이 생소한 최용수 감독이 꺼낸 카드, 간절함+위기의식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11-22 16:15



22일 구리 LG챔피언스파크에서 예정된 인천과의 K리그1 스플릿 B 37라운드 미디어데이.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최용수 FC서울 감독(45)과 몇몇 취재진이 소담을 나눌 시간이 있었다. 최 감독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 동안 FC서울이 K리그의 역사를 새로 쓴 시간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게 반드시 강등을 막아내야 한다. 그러나 역대 인천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쉬운 경기들이 없었다. 혈투가 펼쳐졌다. 그만큼 이번 인천전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최 감독에게 '강등 전쟁'은 생소하다. 최 감독은 2012년부터 2016년 여름까지 서울을 이끌 때 꽃길만 걸었다. 대행 꼬리표를 뗀 2012년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2015년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K리그 우승에도 절반의 지분을 투자했다. 그러나 2년여 만에 돌아온 서울의 위치는 9위였다. 무엇보다 지난달 20일 K리그 감독 복귀전이었던 제주 원정에서 0대1로 패하면서 팀이 사상 첫 스플릿 B로 떨어졌다.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FC서울이 하위 스플릿으로 왜 떨어졌는지 곱씹어야 한다. 모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이런 경험이 나에게도, 선수들에게도, 구단 프런트에게도 좋은 약이 될 것이다. 공든 탑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팀을 맡은 이후 4경기 만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지난 전남전에서 3대2로 이겼다. 이 승리로 서울은 승점 40(9승13무14패) 고지에 올라서면서 인천전에서 승점 1만 따내도 잔류를 확정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비겨도 된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가져야 한다. 승점 1점이 중요한 시기지만 무승부보다 승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감독이 서울로 돌아와 변화를 준 건 큰 것이 아니다. 이 시기에 훈련을 통해 180도 다른 팀을 만든다는 건 세계적인 명장이 와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외로운 섬처럼 뛰던 선수들을 엮어 육지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나도 (전남전 이전까지) 공백기간에 따른 적응이 필요했다. 선수단 내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공을 들였다. 선수 구성, 포메이션에서 선수들에게 강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선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미약하다. 다만 선수들을 엮어서 하나의 조합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사실 강원전부터 희망을 봤다. 이전 경기들을 보면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고 우리가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데도 심리적으로 쫓기는 것이 많았다. 실타래를 전남전에 풀었다. 남은 2경기는 모두 승리할 것이다. 인천에 패배의 빌미를 줘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간절함과 위기의식, 최 감독이 강등 탈출을 위해 꺼내든 카드다. 최 감독은 "정신력적인 면에서 정상적으로 움직여줬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간절함과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승점을 가져온다는 보장을 할 수 없지만 지난 A매치 휴식기 때 준비는 잘 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우리는 팬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 최 감독의 눈빛에서 '사생결단'이 느껴졌다. 구리=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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