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정신적 지주' 염기훈(수원 삼성)이 29일 FA컵 4강 기자회견에서 K리그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염기훈은 31일 2018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 울산 현대전을 앞두고 이날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서정원 수원 감독, 김도훈 울산 감독, 울산 에이스 박주호와 나란히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감독과 선수 개인에게 협회측이 마련한 '선택 VS' 질문 순서였다. 둘 중 하나를 즉시 택일해야 하는 퀴즈다. "두 팀 중 애착이 가는 팀은? 수원삼성 VS 경찰청?"이라는 질문에 염기훈은 빙긋 웃으며 당연하다는 듯 "수원 삼성"을 외쳤다. 곧이어 염기훈은 아산 경찰청의 후배들을 위해 축구선배로서, 축구인으로서 해야할 말을 했다. "저도 경찰청 입대를 했고, 지금까지 이자리에서 이렇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다. "후배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게 많다.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서 속상했다"고 했다. "프로축구연맹쪽에 어떻게 제가 도울 부분이 없느냐고 먼저 전화도 했다. 저희 선수들의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미 입대한 선수도 있고, 아산의 팬들도 있다. 그 팬분들이 '저희도 해체되는 걸 알면서도 좋아했다. 앞으로도 이팀을 계속 좋아할 것'이라고 하시더라. 미안하면서도 감사하더라. 비록 제 팀은 아니지만 그런 팬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저뿐 아니라 연맹과 팬분, 해볼 때까지 해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분들도 아산 선수들과 팬들을 위해 좋은 기사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염기훈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산 경찰청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FA컵 4강전 기자회견에서 아산 경찰청 이야기를 계속해서 그런데, 저희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지금 당장 해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해체를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다. 준비기간을 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대답없는 경찰청을 향해 간절하게 호소했다.
염기훈은 A매치 기간 중 김병지 등 축구선배들과 함께 아산 경찰청을 살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자청했었다. 축구계 후배들의 일을 자신의 일로 절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후배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신문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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