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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시작됐다.
소문의 진원지는 선수들이다. K리그 모 구단의 A선수가 B선수에게 "최 감독님께서 내년 중국 팀으로 가시는데 나와 수비수 D선수를 데려간다고 하더라"라는 얘기를 전했다. 이 소문을 들은 B선수는 자신의 에이전트에게 전달했고 루머는 순식간에 진실인양 퍼져나갔다. 또 최 감독을 원하는 중국 구단들은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조건을 내걸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공교롭게도 최 감독이 최근 중국을 다녀온 것도 소문을 키운 원인이 됐다. 최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초청을 받아 지난 4일 중국 상하이로 떠나 지도자 포럼에 참석한 뒤 7일 귀국했다. 당시 포럼에는 K리그 대표 최 감독을 비롯해 중국 슈퍼리그 8팀, 이란 2팀, 일본 2팀 등 ACL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감독들이 모였다. 특히 각 구단 단장들도 포럼에 찾아와 인사를 나눴다. 최 감독의 중국 진출설이 사실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최 감독은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다. 2005년 여름부터 10년 이상 전북을 이끌며 두 차례 아시아 정상에 섰다. K리그 우승트로피에도 5차례 입을 맞췄다. 무엇보다 K리그를 넘어 아시아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닥공(닥치고 공격)'을 창시하면서 전북을 아시아 최고의 클럽 중 한 팀으로 올려놓았다. 과거 전북이 K리그 중하위권 팀이었을 때는 선수와 팀을 만드는 지도자였다면 아시아 톱 클래스 반열에 오른 현재에는 '밀당의 고수'로 평가받는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쥐락펴락하며 개성 넘치는 스타들을 '원팀'으로 만든다.
이런 최 감독을 가만 놓아둘 리 없다. 최 감독이 중국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전북이 K리그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부터 매년 나오는 얘기다. 2년 전에는 실제로 제안도 받은 바 있다. 중국 국영기업이 운영하는 상하이 상강에서 최 감독에게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심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당시 최 감독은 술 한잔을 마시며 깔끔하게 미련을 털어버리고 전북 잔류를 택했다. 최 감독은 "전북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내가 데려온 선수들이다. 나를 보고 온 선수들을 놓아두고 갈 수 없다. 중국으로 떠나는 건 책임감 없는 행동"이라고 고백했다.
결론적으로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그러나 기분 나쁜 소문은 아니다. 세계적인 명장을 데려오는 중국에서 최 감독의 이름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문의 확대, 재생산은 이뤄지면 안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