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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승리를 만들었다.
한국은 예선 2경기를 치르면서, 스리백 시스템에 문제를 느끼고 과감히 포백으로 전환했다. 이후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예선 3차전부터 일본과의 결승까지 모두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럼에도 수비 조직이 흔들리자 중원에서부터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결국 거듭된 시도 끝에 지난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공수에 걸친 밸런스를 잡아냈다. 이날도 대표팀의 경기 운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큰 틀에 변화를 줄 이유가 없었다.
이진현이 중앙 수비수 사이로 들어가며 빌드업을 시작했고 김정민이 앞 선에 위치하며 균형과 공, 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원에서 김정민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지난 경기와는 달리 패스 타이밍이 빨라졌고, 후방과 측면만을 향했던 패스가 전방으로 수시로 투입됐다. 따라서 공격 전환 상황에서 발이 빠른 동료들의 장점을 살렸다. 동시에 공격 지역에서도 좀 더 많은 숫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의 거듭된 빠른 전진 패스와 침투 움직임에 일본이 수비 라인을 내렸다. 일본은 처음부터 수비적인 모습을 취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양쪽 윙백을 높게 전진시키며 중원의 숫자를 늘렸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공격 조직을 형성했다. 반면에 한국이 낮게 내려서며 수비 조직을 만들었다. 이때 최전방의 황의조와 측면의 손흥민은 하프라인에 위치하며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기보다 공격 전환에 대비했다. 볼을 빼앗아낸 이후에는 주로 손흥민의 솔로 드리블에 의해 역습이 시작됐다. 그때 황의조는 전방에서 상대 뒤 공간으로 침투했고 황희찬은 측면에서 빠르게 서포트했다. 결국 일본은 페널티 박스 근처로 낮게 내려서며 5-3-2의 수비 조직을 형성했다.
한국은 수비들의 공격 가담에도 균형을 잃지 않았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측면에서 밸런스를 조절했다. 오버래핑 상황에서도 비대칭으로 전진하며 수비 전환을 대비했다. 그로 인해 미드필더가 높게 전진하여, 공격에 가담할 수 있도록 했다. 양쪽 측면 수비수들이 동시에 전진하는 상황도 있었다. 일본이 후방에서 빌드업 할 때 한국은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이때 측면 수비수인 김문환과 김진야까지 높은 위치로 전진하며 같이 압박했다. 강한 압박에 일본은, 후방에서 한국 수비 조직 뒤 공간을 향해 롱 패스를 자주 시도했다. 이때 조유민, 김민재가 빠른 스피드로 접근하며 1차적인 수비를 잘 해냈다. 동시에 이진현이 빠르게 접근하여 커버했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빛을 발했다.
과정도, 결과도 모두 얻어냈다. 대회 도중 전술 변화를 성공시켰고, 팀의 성장도 끌어냈다. 무엇보다 조직적 단단함을 통해 '투혼'을 느낄 수 있었다. 조직력은 절대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벤치에 대기하는 선수들, 볼을 소유한 선수들과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 코칭스태프까지 모두의 합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한 명의 노력이 아닌, 전체의 노력이 모였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조직력은 완성에 가까웠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