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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울지는 않았는데요···."
2017년 수원에 입단한 김준형은 1년 6개월 만에 프로 데뷔 첫 경기를 치렀다. "1년 6개월 정도 기다렸어요. 밑에서 준비하면서 힘든 것도 있도 있었는데, 데뷔전에서 이겨서 정말 좋아요."
그의 축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중학교 때는 축구부가 해체됐고, 고등학교 때는 무릎수술을 했다. 힘들었지만 축구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일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K리그의 명문구단, 수원이 손을 내밀었다.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수원에 입단한 것이 가장 큰 행복이고, 제일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묵묵히 참고 기다리며 기회를 노린 그는 드디어 '프로 데뷔'라는 꿈을 이루게 됐다. 전남전 명단에 이름 석자가 새겨졌다. 그것도 선발 출격이었다.
"경기 이틀 전에 원정 명단에 이름이 오른 것을 알았어요. 선발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전날 감독님께서 '선발로 나갈 것'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놀랐어요. 부모님께 살짝 말씀드렸는데, 광양까지 와서 응원해주셨어요."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아들의 데뷔전을 지켜본 아버지는 경기 뒤 눈물을 훔쳤다.
"감독님께서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갖고 경기하라고 말씀 주셨어요. 형들도 긴장하지 말라고 편하게 해주셔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죠. 다행히도 데뷔전에서 승리해서 정말 좋아요. 해피엔딩이죠."
서 감독은 "김준형이 데뷔전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하지만 출발은 그를 어디론가 데려갈 것이다. "혹시라도 또 경기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형들의 빈자리를 잘 채우고 싶어요. 그렇게 한 경기씩 뛰면서 언젠가는 수원의 주축으로 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염)기훈 형처럼 수원의 레전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에요."
첫 걸음을 떼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불안하고 뒤뚱거려도 멋지게 걷고 뛰게 될 내일의 출발선상이다. 처음이 없다면 이뤄질 그 무엇도 없다. 미약한 시작, 한 걸음, 한 걸음 걷다보면 창대한 끝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준형은 14일 전북과의 홈 경기에 출격 대기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