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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의 센터서클]정몽규 회장, 이제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8-06-28 11:27



한국 축구가 '카잔의 기적'으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의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 랭킹 1위 독일을 꺾은 마지막 무대는 반전, 환희, 눈물 그리고 감동이 물결쳤다. 그러나 한켠에선 회한의 그림자도 분명 존재했다.

누구의 말대로 4년 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월드컵을 통해 그 나라의 축구 현주소, 즉 경쟁력을 평가받는다.

한국 축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아픔의 쓴 잔을 들이켰다. 4년 간 기나긴 밤을 견뎠고, 내일의 태양을 러시아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1승2패, 16강 진출 실패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가슴으로 독일전 '피날레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되, 머리는 더 차가워져야 한다. 냉혹하게 현실을 진단해야 또 다른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과연 한국 축구는 4년 전보다 나아졌는가.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것이 한국 축구의 오늘이다.

결국 축구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재평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단 7월 계약이 종료되는 신태용 감독은 재계약이 쉽지 않아 보인다. 신 감독은 독일전 승리로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지만 줄곧 제기된 지도력의 한계는 지워지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미 차기 사령탑으로 외국인 감독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칼자루를 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거취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오른 그는 2016년 '만장일치'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2020년까지 한국 축구를 이끌게 돼 있다.


4년 전이었다. 정 회장은 브라질월드컵 후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월드컵대표팀의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백한 그는 "현재의 시련을 거울삼아 도약을 위해 뼈를 깎으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약속은 러시아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정 회장은 2017년 FIFA(국제축구연맹) 평의회 위원에 당선되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시절의 '외교력'을 복원했다. 2030년 남북중일 월드컵 공동개최 카드도 꺼내들며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러시아월드컵에서도 드러났지만 한국 축구의 경쟁력 강화에선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학원과 클럽의 반목에서 시작된 풀뿌리 축구의 위기, 축구의 저변 축소, 기술 축구의 부재, 각급 국가대표팀의 부진과 위상 하락, 거꾸로 가는 K리그…. 세계 축구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데 한국 축구는 내일을 위해 한 걸음도 못 떼고 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차례 경고음이 울렸고, 고강도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그때마다 정 회장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내세울 만한 '시스템'은 어디에도 없다. 축구인이 전원이 다들 '자기 밥그룻' 생각 뿐이다.


더 이상은 안된다. 짧게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기다리고 있고, 10년, 20년 후에도 축구는 계속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일보전진을 위해 이보후퇴의 지혜도 요구된다. 정 회장도 이제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다. '축구 외교'에 집중하는 대신 '내부 개혁', 이른바 '내치'는 칼자루를 '젊은피'에게 넘겨주는 용단도 필요하다.

한국 축구는 늘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거짓말처럼 그랬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이었다. 착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환희에 도취돼 '개혁의 본분'을 망각했고, 현실에 안주했다. 그리도 돌아온 것은 눈물이었다.

세계 1위 독일을 꺾은 환희는 오늘 하루로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바일 팀장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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