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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월드컵의 심리학, 손흥민과 네이마르는 왜 자꾸 울까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6-27 13:43 | 최종수정 2018-06-28 01:42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예선 2차전이 24일 새벽(한국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팀이 아쉽게 1-2로 패했다. 손흥민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스토프(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4/

월드컵은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다.

'꿈의 무대'에서 모두가 주연을 원한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모두가 웃을 수 없다. 승자와 패자, 희비는 늘 엇갈린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다면, 한편에서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월드컵은 유독 눈물이 넘친다. 저 위대했던 디에고 마라도나도, 잉글랜드의 천재라 불렸던 폴 개스코인도, 북한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월드컵을 밟은 정대세도 모두 울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과 '브라질의 10번' 네이마르도 그랬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멕시코, 독일전이 끝나고, 네이마르는 코스타리카전이 끝나고 눈물을 훔쳤다. 지난 2014년 브라질 대회에 이어 두번째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울었다. 메이저대회마다 펑펑 운 손흥민은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고, 네이마르는 아예 자국 언론으로부터 '너무 많이 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도대체 손흥민과 네이마르는 왜 자꾸 우는걸까.

둘은 공통점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기량을 과시했고, 자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여자대표팀 멘탈 코치로 활약한 윤영길 한국체대 사회체육학과교수는 "영재들이 정서 반응에 민감하다.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한 종목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영재들을 보면 이런 특성이 있다. 마라도나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자주 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과 네이마르 정도의 선수가 되면 집중력이 아주 빼어나다. 다른 선수 이상으로 경기에만 몰입한다. 그러다 종료 휘슬이 울리면 어느 순간 현실로 돌아온다. 눈물은 경기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컨버팅 과정이라 봐야할 것이다. 자신을 완전히 경기에 몰아 넣었다가 현실로 되돌아오는 통로로 (눈물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AFPBBNews = News1
강한 승부욕, 혹은 압박감의 또 다른 형태의 표현은 아닐까. 손흥민과 네이마르를 짓누를 부담감과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윤 교수는 "승부욕과는 별개의 문제다. 억울하면 오히려 더 안운다"고 선을 그엇다. 이어 "경기에 이기고 나서도, 지고 나서도 울 수 있다. 결과에 대한 부분은 아니다. 정말 모든 것을 던진 다음에 나오는 카타르시스라고 해석하는 게 나을 듯 하다. 물론 손흥민과 네이마르가 평소에도 감수성이 예민한 선수일 수 있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는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니까 그에 따른 감정 표현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감정 표현은 경기력을 위해 자제할 필요가 있다. 윤 교수는 "경기력에서 심리적 항상성(항상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네딘 지단을 보면 경기 내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반면 네이마르는 상대적으로 잘 흥분하고, 감정이 잘 드러난다. 심리적 기복이 적을수록 플레이를 잘한다. 불확실성을 하나라도 제거해야 하는데, 네이마르는 불필요한 정서가 나타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 손흥민도 최근 대표팀 경기를 보면 그런 경향이 조금 있다. 나이를 먹으면 나아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더 좋은 플레이를 위해서는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스포츠에서 멘탈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신력'은 몸을 날리는 '투혼'이 아니라 '누구와, 어디서 만나든 냉정히 우리가 가진 것을 다 펼쳐 보이는 힘'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우리 대표팀은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내부적 요인 뿐만 아니라 댓글 등 외부적인 요인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장현수는 거의 국민 역적 취급을 받고 있다. 윤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스포츠는 일종의 '분노받이'가 됐다. 이에 대해 조직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여자 멘탈코치로 지내면서, 실수한 선수들이 당일이나 다음날 대단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못했을 때만이 아니다. 칭찬을 받았을 때도 심리적 항상성이 무너진다. 대표팀 내에서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협회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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