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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3→월드컵 최고 히트상품 된 조현우, 그는 바람대로 누군가의 꿈이 됐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6-28 16:51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조별예선 3차전이 27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이 2-0의 승리를 거뒀다. 조현우가 골문을 지키고 있다. 카잔(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7/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조별예선 3차전이 27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한국이 2-0의 승리를 거뒀다. 조현우와 손흥민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카잔(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7/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조별예선 3차전이 27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조현우가 안전하게 공을 잡고 있다. 카잔(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27/

출발선을 끊은 건 '넘버 3'였다.

이미 A대표팀에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멤버 김승규(28·빗셀 고베)와 2015년 호주아시안컵 주전 골키퍼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이 버티고 있었다. 연령별대표를 지냈지만 기억 속에서 잊혀져 있던 조현우(27·대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

A대표팀 수문장은 '철밥통'으로 불린다.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주전 골키퍼가 바뀌는 경우가 드물다. 때문에 2번, 3번 골키퍼가 주전으로 도약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이었다. 김승규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조현우가 선발 장갑을 끼게 됐다. 생애 첫 A매치, 이리저리 몸을 날리고 공중볼도 잘 쳐냈다. 특히 세르비아 공격수 아뎀 랴이치가 감아 찬 프리킥을 멋지게 선방하며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다시 알렸다. 당시 조현우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프리킥 선방 장면은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0만회를 찍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러시아월드컵 주전 골키퍼는 김승규라는 시각에 이견이 없었다. 한 베테랑 골키퍼 코치는 "월드컵은 반드시 경험 있는 수문장이 나서야 한다. 골키퍼가 골문 앞에서 긴장해버리면 필드 플레이어의 심리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우를 포함해 러시아행 티켓을 잡은 골키퍼 중 김승규가 유일한 월드컵 경험자였다.

역시 김승규에게 거는 기대가 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 당시 김해운 골키퍼 코치는 "월드컵 경험은 김승규가 유일하다. 훈련도 김승규에게 많이 맞춰가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 경쟁체제로 준비하고 있다. 누가 주전일지 정해지지 않았다. 계속 맞춰가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김 코치의 눈을 사로잡은 건 조현우였다. 지난 18일 스웨덴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선발출전 명단에 조현우의 이름이 뜨자 현장에 있던 국내 취재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조현우도 놀랐다. 선발 통보를 스웨덴전 오전에 전해들었다. 그러나 조현우는 강심장이었다. 전혀 떨지 않았다. 잃을 게 없었다. '아~실점이구나'라는 장면에서도 공을 막아냈다. 조현우 덕분에 대패를 면할 수 있었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도 김 코치의 선택은 조현우였다. 또 먹혔다. 1m89의 큰 키로 상대 공격수들과의 공중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날카로운 반사신경으로 슈퍼세이브를 이어갔다. 아쉽게 1대2로 패하긴 했지만 조현우의 한국축구가 다시 찾은 보물이었다.


조현우는 독일전에서 마지막 정점을 찍었다. 독일의 파상공세를 신들린 듯 막아냈다. 결국 거함 독일을 격파하는데 맹활약한 조현우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였던 레프 야신의의 나라 러시아에서 활짝 폈다.

조현우는 "훈련할 때 김 코치님이 골키퍼 3명 모두 똑같이 훈련시켜주셨기 때문에 3순위 골키퍼가 아니라 매 경기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나도 누군가의 꿈이 되고 싶다"던 조현우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K리그에 돌아가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유럽에도 진출해 한국 골키퍼도 세계에 나가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어린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조현우 신드롬'은 한국 뿐만 아니라 멕시코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 조현우가 2승을 하고도 스웨덴에 패해 탈락할 뻔한 멕시코의 16강행을 간접적으로 도운 은인이 됐기 때문이다. 한 멕시코축구 팬은 "조현우는 위대하다. 그에게 테킬라와 멕시코 음식을 평생 공짜로 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현우는 러시아월드컵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탄생했다. 카잔(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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