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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전이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몸 만들기'였다. 지난 겨울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시즌에 돌입해서도 웨이트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몸 상태를 가장 좋았던 20대 초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월드컵에서 누구보다 많이 뛰면서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김영권은 신 감독이 믿을 수밖에 없는 중앙 수비 카드이긴 했다. 신 감독이 최종명단에 포함한 다섯 명의 센터백 중 유일한 월드컵 경험자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멤버였다. 신 감독에게는 월드컵 경험을 공유할 김영권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김영권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틈만나면 수비수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그는 "수비수들과 모여 비디오 미팅을 거의 매일 했다. 그리고 내가 체력이 남아있어 다른선수들 몫까지 해줘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공격수들도 다같이 수비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김영권이 정점을 찍은 건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다. 허슬 플레이 뿐만 아니라 '세계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리는 결승 골까지 작렬시켰다. 후반 추가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문전 혼전 중 골망을 흔들었다. VAR(비디오판독)이 정확하게 작동했다. 반전 또 반전이었다. 독일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비난을 쏟아내던 팬들은 다시 돌아섰다. '갓영권', '킹영권'이라고 칭찬하던 한 팬은 '월드컵에서 모든 걸 보여준 김영권, 설령 골을 못 넣었어도 이번 월드컵에서 김영권은 최고였음', '역시 여론은 실력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걸 보여준 좋은 사례' 등 극찬을 쏟아냈다. '인간극장'을 찍은 김영권은 "(팬들의 비난이)나한테는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 비난이 없었다면 월드컵 골도 없었을 것이다. 비난이 나를 발전시켰다"며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김영권에게는 스스로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사람도 있었다. 바로 '어머니'였다. 아들이 과한 비난을 받을 때 인터넷도 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올해 초 폐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갓영권'은 '효자'였다. 카잔(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