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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11시 이태원의 멕시칸 레스토랑 바토스, 하석주 팬파크엔 70명의 선택받은 열혈 축구팬들이 모였다.
하프타임, 하석주 감독은 "너무너무 아쉽다. 전반에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라며 선제골을 넣지 못한 부분을 아쉬워 했다. "좋은 흐름에서 페널티킥을 내준 게 하필 장현수라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다. "말했다시피 멕시코는 우리가 충분히 해볼 수 있는 팀이다. 스피드,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는다. 높이에서는 우리가 앞선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잘할 수 있는데…, 그래서 우리것을 보여주지 못한 스웨덴전이 더 아쉽다. 1차전 스웨덴에게 비기거나 이기고 왔다면 멕시코전은 훨씬 부담없이 여유 있게 잘했을 것"이라고 봤다. "후반 20분 이전에 만회골이 나온다면 해볼 만하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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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인저리타임 손흥민의 만회골은 '사이다'였다. 분위기가 반전됐다. 장내가 떠나갈 듯 뜨거운 함성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팬들은 이 한 골이 마치 결승골인 듯 뛸듯이 기뻐했다. 하 감독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2대0과 2대1은 천지 차이다. 손흥민의 골은 큰 위안이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팬들은 한결같은 박수로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K리그, U리그 등 현장을 함께 하며 축구를 오래 사랑해온 '진짜' 축구 팬들이 많았다. 아쉬운 표정은 숨기지 못했지만, 누구 하나, 어느 누구 욕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플레이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다리를 절뚝이며 모든 것을 쏟아낸 캡틴 기성용, 마지막까지 골을 향한 집념을 잃지 않은 손흥민, 첫 월드컵 무대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100%를 선보인 문선민 등 선수 모두를 향한 존중을 잃지 않았다. 실수 하나에 죽일 듯 달려드는, 무시무시한 온라인 댓글 세상과 사뭇 달랐다. 붉은 유니폼은 입은 70명의 팬들은 마지막까지 "자랑스런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외친 후, 새벽 어스름 사이로 하나둘 사라졌다.
하석주 감독은 월드컵 트라우마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은 이다. 죄스러운 마음에 지난 20년간 차범근 프랑스월드컵 당시 감독을 피해 다녔을 정도다. 하 감독은 장현수, 김민우 등 후배들의 상처를 다독였다. "이 선수들은 지금 경기장에 나가도 자신감이 없을 것이다. 상대와 맞부닥치기도 무섭고, 패스도 무섭고 평생 축구를 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것을 어마어마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팬들을 향해 따뜻한 응원을 거듭 당부했다. "여기 오신 분들은 한국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들이다. 비판도 할 수 있지만, 떠나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달라. 어떤 결과가 나오든, 꼭 손흥민, 기성용이 아니더라도,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이 선수들에게 격려의 댓글, 따뜻한 한마디 해주시면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