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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상파 방송 3사의 러시아월드컵 시청률 경쟁이 뜨겁다. 특히 한국의 조별리그 경기를 두고 한국 축구의 빅스타들이 마이크를 잡고 치열하게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일단 첫 대결, 한국-스웨덴전(18일)에선 이영표 해설위원을 앞세운 KBS가 웃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KBS 2TV가 17.0%로 가장 높았다. 박지성 해설위원을 내세운 SBS는 12.5%였고, 안정환 해설위원의 MBC는 11.4%로 나타났다. '인간 문어' 이영표 해설위원이 박지성 해설위원과 안정환 해설위원에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3명은 다시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24일 오전 0시 한국시각)에서 시청률 경쟁을 펼친다.
이영표 위원과 박지성 위원은 한국-멕시코전 하루 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국내 미디어와 인터뷰를 통해 분위기를 띄웠다. 두 위원은 방송 관계자들과 경기장과 해설 부스 등을 점검했고, 또 기자들과 만나 멕시코전 전망을 밝혔다.
두 위원은 자신들만의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다. 이영표 위원은 4년전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해설 데뷔했다. 이번이 두번째로 노련미가 있다. 이제 방송의 맛을 좀 안다. 4년전 시청률 경쟁에서 1등을 해본 경험도 있다. 당시 '인간 문어'라는 애칭도 생겼다. 그는 거침이 없는 해설, 똑부러지는 해설을 한다. 선수 경험을 살려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금 처럼 하면 4년 후에도 똑같다. 4년 전 브라질에서도 이런 얘기를 했다. 혁명적인 변화가 있더라도 한국 축구가 잘 되기 위해선 1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독설을 쏟아냈다.
반면 박지성 위원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아직 해설자로선 초보라고 할 수 있다. 하면 할수록 조금씩 안정감을 찾고 있다.
박지성 위원의 장점은 맨유 출신이라는 높은 인지도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치차리토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메시와는 상대팀으로 경쟁하기도 했다. 대다수의 한국 선수들이 경험하지 못한 걸 박지성 위원은 했다. 따라서 그런 특별한 경험들이 해설에 녹아들 수 있다. 단 아직 경험 면에선 이영표 안정환 위원에 밀린다.
박지성 위원은 아직 방송 해설에서 시청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포인트에는 익숙지 않다. 차분하고 절제된 해설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성 해설위원의 성격과도 연관이 돼 있는 부분이다.
한국-멕시코전에선 누가 웃을 지 시청률이 말해줄 것이다.
로스토프(러시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