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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기 싫었는데…."
당시 박 위원이 밟아보지 못한 그라운드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이었다. 10년이 흘렀다. 공교롭게도 박 위원은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있었다.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 변신해 있었다. 18일(이하 한국시각) 독일-멕시코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첫 경기 현장중계를 위해 한창 준비 중이었다.
잠시 시간을 내 인터뷰 요청에 응한 박 위원은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라) 오기 싫었다"며 "그래도 경기장이 바뀌었다. 그 땐 이런 경기장이 아니었다. 완전 새 경기장이라 크게 기억이 안나는 것이 다행"이라고 회상했다.
배성재 아나운서와 함께 '빼박 콤비'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 위원의 강점은 현역시절 그라운드에서 충돌한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17일 아이슬란드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자존심을 구긴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다. 박 위원은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만난 바 있다.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전 중계가 국내에서 화제를 모았다는 칭찬에 대해선 "일단 여기선 더 잘 보인다.(웃음) 또 비판을 할 수 있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수 있다. 경기장 안에서 보이는 게 다르다. 그땐 지적을 못했지만 여기선 더 잘 보인다"며 선수 시절 보이지 않았던 유머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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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는 오는 24일 로스토프 스타디움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 이변을 연출한 멕시코와 대회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막강한 경기력도 그렇지만 이날 8만명을 채울 수 있는 루즈니키 스타디움 절반을 녹색으로 물들인 대규모 멕시코 팬들의 일방적 응원도 태극전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일단 경기장 가봐야 어느 팀 팬이 많을지 가봐야될거 같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느 팀이나 원정경기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경기할 지가 가장 중요하다. 관중보다 경기력을 준비하는게 중요하다. 완전한 원정가 아니다. 너무 원정 팬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F조 상대국보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전력을 극복하는 것도 태극전사들의 미션이다. 아르헨티나와 1대1로 비긴 아이슬란드가 좋은 예로 제시되고 있다. 박 위원은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다. 선수 스스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경기장 안에서 체력적인 부분들도 컨트롤한 게 보였다. 90분 경기를 감안하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오버하지도 않는 것이 필요했다. 오버했을 땐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공격을 제한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술적으로 잘 준비하고 나온거 같다. 선수들이 체력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잘 준비된 팀이었다. 그 부분을 한국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선수들 투지나 투쟁력도 한국이 본받으면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모스크바(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