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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회의 러시아 아웃사이더]'축구의 神' 호날두-메시 좌충우돌 1박2일 취재기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6-17 16:59


Portugal's forward Cristiano Ronaldo gestures during the Russia 2018 World Cup Group B football match between Portugal and Spain at the Fisht Stadium in Sochi on June 15, 2018. / AFP PHOTO / PIERRE-PHILIPPE MARCOU / RESTRICTED TO EDITORIAL USE - NO MOBILE PUSH ALERTS/DOWNLOADS

한국 축구기자들도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취재한다는 건 쉽게 오지 않는 행운이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 출전해야 취재환경이 마련된다.

우선 호날두 취재를 위해 발길을 옮겼다. 지난 15일 러시아 휴양도시 겔렌지크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스웨덴대표팀 취재를 마치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 빅매치 중 하나로 꼽히는 포르투갈-스페인전 취재를 위해 소치로 이동해야 했다. 다만 이동수단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모스크바를 경유해 소치에 닿아야 했다. 그러나 비행기표가 동이 났고 비행시간도 24시간에 달했다. 게다가 하루 일찍 떠나기에는 스웨덴대표팀 취재도 무시할 수 없었다. 때문에 지상 이동을 택했다. 그러나 렌트카는 소치에서 반납 불가로 불가능했다. 결국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은 무려 70만원이었다.

소치로 향하는 길은 산악도로였다. 마치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강릉에서 평창으로 이동할 때 구불대는 산을 넘어가야 하는 국도와 비슷했다. 속력을 낼 수 없다 보니 서울에서 전주까지의 거리(250km)를 7시간 동안 달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소치에 입성한 대가는 어마어마했다. 역사적인 경기를 관전했다. 극적인 프리킥 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작성한 호날두 '원맨쇼'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허탈감이 밀려왔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위해 호날두를 1시간 30분 기다렸지만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포르투갈 선수 중 가장 늦게 믹스트존에 얼굴을 드러낸 호날두는 '의기양양'한 표정만 지으며 모든 취재진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사라졌다.

포르투갈-스페인전이 현지시각으로 오후 9시에 시작했기 때문에 취재가 끝나 집에 돌아온 건 16일 오전 1시였다. 메시 취재를 위해 모스크바로 다시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4시간 뒤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상태에서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 찾은 곳은 루즈니키 스타디움이었다. 17일 멕시코와 첫 경기를 갖는 독일의 기자회견이 계획돼 있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전이 열릴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그러나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때문에 경기시작 30분 전에 미디어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늦게 도착해 '노 쇼'라고 판단해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승인받은 취재석 티켓은 이미 다른 기자들에게 돌아간 상태였다. 그러나 티켓 대기자들의 틈을 뚫고 관계자를 설득한 끝에 잔여 취재석을 받을 수 있었다. 테이블과 중계영상이 나오는 트리뷴이 아니었다. 바로 아래 팬들처럼 앉을 수 있는 잔여 트리뷴이었다. 그라운드와의 거리는 불과 20m에 불과했다. 코앞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었다.


Argentina's forward Lionel Messi reacts at the end of the Russia 2018 World Cup Group D football match between Argentina and Iceland at the Spartak Stadium in Moscow on June 16, 2018. / AFP PHOTO / Mladen ANTONOV / RESTRICTED TO EDITORIAL USE - NO MOBILE PUSH ALERTS/DOWNLOADS
역시 눈은 메시에게 쏠렸다. 특히 메시가 후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머리를 감싸 쥐며 실망한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강한 인상이 남은 건 메시 뿐만 아니었다. 3000여명으로 구성된 아이슬란드의 응원전이었다. "후! 후! 후!"라고 외치며 일제히 계획된 손뼉을 치는 일명 '바이킹 천둥 박수'였다.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은 '천둥박수' 응원이 펼쳐질 때마다 쩌렁쩌렁 울렸다.

경기가 끝난 뒤 메시를 보기 위해 믹스트존을 찾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신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아르헨티나의 승리를 책임지지 못한 메시도 호날두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메시는 호날두와 달랐다. 선수들 중 가장 먼저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낸 메시는 취재진을 피하지 않았다. 메시가 믹스드존에 등장하자 수십 명의 기자가 한 곳으로 몰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일반 취재기자와 라디오 매체, TV 매체 취재진과 차례대로 인터뷰했다. 그리고 "페널티킥 실축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메시의 표정은 덤덤했지만 전날 호날두와 비교된 자신의 모습에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스크바(러시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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