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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WC 발탁 불가" 신태용의 확고함, 이면에 고민의 연속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5-02 16:51 | 최종수정 2018-06-04 16:41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일 오후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태용 감독이 기자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축구회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돌직구' 질문이 날아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동국을 발탁할 것인가." 돌아온 대답은 "노"였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48)의 신념은 확고했고, '라이언 킹' 이동국(39·전북)의 개인통산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은 물거품이 됐다.

신태용 감독이 이동국의 러시아월드컵 출전 불가를 공식화 했다.

이동국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K리그 이슈메이커다. 한국 나이로 마흔, 팀 내 역할도 '선발'에서 '조커'로 변경됐다. 그러나 높은 골 결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K리그 9경기에서 8차례 교체출전했지만 5골을 터뜨리고 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통해 무시무시한 화력을 뿜어내고 있는 전북에서 최다득점자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6경기)까지 더하면 총 9골을 기록 중이다. 기량적으로만 따지면 이동국은 충분히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후보다.

하지만 선수 선발권을 쥐고 있는 수장의 생각은 달랐다. 신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은 나이는 있지만 경기를 상당히 잘 하고 있다. 교체로 나와 골도 잘 넣고 있다"면서도 "이동국은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10차전 때 나와 했던 얘기가 있다. 당시 동국이는 '후배를 위해 자기가 물러나줘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K리그보다 더 큰 무대인 월드컵에 출전한다. 이동국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좋은 기회에서 골을 못 넣었을 때 악플에 시달릴 수 있다. 민감하다. 때문에 이동국은 월드컵에 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시선은 엇갈렸다. 월드컵 2회 연속 출전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이청용(30·크리스탈 팰리스)의 발탁 여부에 대해선 "이청용은 최근 경기에 나서고 있다. 발탁 가능성은 50대50"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일 오후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러시아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태용 감독이 기자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축구회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이런 확고함 이면에는 고민의 연속이다. 신 감독은 머릿속은 복잡하다. 월드컵 개막까지 4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가장 고심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회복이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항상 정상에 있을 수 없다. 언제 바닥을 칠 지 모른다"면서 "외부에서 봤을 때는 '걱정할 것 없겠네'하겠지만 선수들이 100% 컨디션으로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매 경기 부상 없이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5월은 유럽파가 힘들게 시즌을 마치고 휴식기에 접어든다. 반면 K리거와 J리거는 한창 컨디션이 올라올 상태다. 훈련을 똑같이 할 수 없다. 휴식과 영양보충을 어떻게 시켜서 유럽파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게 고민"이라고 전했다.


23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인애가 의원에서 최주영 A대표팀 전 의무팀장이 왼무릎 내측인대 파열로 재활 중인 김진수를 도수치료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3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인애가 의원에서 김진수가 왼무릎 근력 향상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깨물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야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김진수(26·전북)는 신 감독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김진수는 지난 3월 유럽 평가전에서 왼무릎 내측 인대 파열로 쓰러진 뒤 폭풍 재활 중이다. 신 감독은 김진수의 복귀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김진수는 이제 워킹 단계다. 우리가 14일 월드컵 예비명단을 발표할 때까지는 (돌아오기) 힘들 수 있겠지만 다음달 3일 오스트리아로 출발할 때까지 몸 상태가 어떻게 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솔직히 김진수 때문에 예비명단이 23명으로 꾸려질 지, 플러스 알파가 될 지 고민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김진수를 비롯한 부상 선수들 때문에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지켜봐야 하지만 김진수의 발탁 가능성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빨리 회복이 돼 합류했으면 좋겠다. 다만 자칫 대체자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최근 일본을 두 차례 건너가 윤석영(28·가시와 레이솔)의 경기력을 체크하기도 했다.

신 감독의 또 다른 고민은 팬들의 '색안경'이다. 가감 없이 털어놓은 사견 속 진심이 보였다. 신 감독은 "사실 14일 예비명단 발표 이후 '저 선수는 잘 하는데 왜 안 뽑아?', '학연, 지연으로 뽑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나에게 1%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단지 스웨덴과 붙었을 때 '누가 출전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밖에 없었다. K리그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은 선수를 뽑았을 때 문제의 소지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과 멕시코를 이길 수 있는 선수라면 경기력이 좋지 않더라도 뽑아야 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신태용호는 '월드컵 개막 3주 전인 오는 21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 오는 28일 온두라스(오후 8시·대구), 다음달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오후 8시·전주)와의 평가전을 준비한다. 이후 다음달 3일 사전캠프인 오스트리아 레오강(잘츠부르크)으로 넘어가 담금질을 한 후 같은 달 12일 러시아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입성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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