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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한국 축구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가상의 스웨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6월 1일)에서 주장 기성용(29)을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로 기용했다. '깜짝' 실험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축구인들이 제법 많았다. 신태용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들은 훈련 캠프지 오스트리아 레오강으로 이동했지만, 여전히 기성용의 '포어 리베로(중앙 수비수이면서 공격시 미드필더까지 올라오는 형태)' 역할을 두고 '득과 실' 얘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투톱(두명의 공격수)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 스웨덴을 맞아 스리백을 쓸 가능성이 높다.
보스니아전에서 기성용의 장단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남아공월드컵 16강 사령탑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좋은 걸 많이 갖춘 빅리거다.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기성용을 수비라인에 배치하는 건 좀 아깝다. 기성용은 2선으로 전지 배치했을 때 가장 장점이 빛날 수 있는 선수이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롱 패스가 정확하고, 볼소유를 잘하는 미드필더다. 또 중거리 슈팅도 날카롭다. 그는 보스니아전서 최후방 3선에서 상대 진영에 깊게 침투한 오른쪽 윙백 이 용에게 몇 차례 정확한 롱 패스를 연결, 위협적인 찬스를 만드는 시발점이 됐다. 또 간혹 3선에서 빠르게 드리블 돌파로 치고 올라오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성용이 이끈 변형 스리백 수비는 보스니아에 똑같은 패턴 3번으로 3실점했다. 보스니아는 골키퍼 김승규와 3선(스리백 라인)의 벌어진 틈을 3번의 좌우 크로스로 무너트렸다. 신태용호가 전방 압박으로 전체 라인을 끌어올린 걸 보스니아가 파고들었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은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번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포백과 스리백을 동시에 준비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높게 평가했다. 그렇지만 스웨덴 처럼 역습이 빠르고 날카로운 팀을 상대로 우리나라가 스리백을 공격적으로 구사하는 건 매우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보스니아전 처럼 전방 압박이 좀 된다고 해서 전체 라인을 끌어올릴 경우 뒷공간이 한순간 뚫릴 수 있다고 했다. 전후반 90분 내내 라인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스니아전에선 그 역할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셈이다. 주장이자 포어 리베로 기성용이 계속 올라가는 라인을 잡아주어야 했다. 또 기성용이 못 봤다면 벤치에서도 너무 올라간 라인을 내려주면서 일정하게 공간을 유지하도록 했어야 한다.
그렇지만 또 다른 쪽에선 신태용 감독의 이런 전형 구상과 실험이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전 수비수로 점찍었던 김민재(중앙 수비수) 김진수(왼쪽 풀백)가 부상으로 이번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신 감독은 첫 상대 스웨덴을 반드시 잡아야 16강 가능성이 있다고 여긴다. 비겨서도 어렵다. 따라서 스웨덴을 무너트리기 위해 공격적인 스리백 포메이션을 실험했고, 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 감독은 스타일상 수비 보다 공격에 더 무게를 싣는 사령탑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외부의 평가 보다 자신의 분석과 판단을 믿고 밀어붙이는 지도자이다. 변형 스리백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여러 선수 조합을 고려할 것이다.
레오강(오스트리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