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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다시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어야죠."
정 운에게 지난 2년반은 고마움의 연속이었다. 정 운은 2012년 울산에 우선지명으로 입단했지만,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듬해 크로아티아로 무대를 옮긴 정 운은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의 귀화 제의를 들을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 K리그에 대한 미련이 남았고, 국내 복귀를 택했다. 정 운은 "사실 K리그에서 경기를 뛴 적이 없어서,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컸다. 하지만 좋은 동료, 좋은 지도자를 만나서 K리그의 주전 선수로 성장했다.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시간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물론 아쉬운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받은게 훨씬 더 많더라. 가족들한테 '내가 인복이 참 많다'고 이야기하는데, 100% 다 잘된 것은 아니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 이렇게 나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제주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K리그에 복귀해서 제주라는 팀을 얻었다. 제주에 오길 참 잘한 것 같다. 구단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을 확정지은 감바 오사카전을 비롯해 큰 경기는 다 기억에 남는다. 정이 참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조성환 감독님께 감사하다. 많은 도움을 주셨다. 사실 내가 기술적으로 축구를 하지 악착 같은 면은 없는데 감독님을 만나면서 그런 강인한 정신을 배웠다. 조금은 내 안에 그런 마음들이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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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가는 군대인만큼 걱정도 많다. 그는 "아무리 덤덤하다 해도 걱정을 숨길 수는 없다. 이제 팀에서 중심이 되는 나이인데 K3에 있는 동안 잊혀질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부터 지금까지 오뚝이처럼 지내온 정 운인만큼 또 다른 기회로 만들 자신도 있다. 그는 "요즘은 몸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더라. 알아보니 K3도 수준이 꽤 올라갔더라. 군대에 있는 동안 나를 다시 채운다는 생각으로 잘 준비해서 돌아오고 싶다"고 웃었다. 정 운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