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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 했던 유비의 전남, 승부수는 후반기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5-28 05:30


전남 유상철 감독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정말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아요."

유상철 전남 감독이 돌아본 5개월이었다. 말 그대로다. 한 시즌 동안 경험할 것을 단 5개월만에 모두 겪었다. 다사다난, 그 속에서 더 단단해진 유 감독이었다.

대학무대에 있던 유 감독은 지난해 12월 전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2년 대전에서 물러난 이래 5년만의 K리그 복귀였다. 그토록 원했던 K리그, 하지만 전남은 폐허였다. 지난 시즌 가까스로 잔류했지만, 패배주의가 선수단을 감쌌다. 설상가상으로 핵심이었던 자일, 현영민 등이 팀을 떠났다. 넉넉치 못한 예산으로 리빌딩은 꿈도 꾸지 못했다. 유 감독도 본인의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는 구단이 데려다 준 선수들에 맞춰 팀을 꾸렸다.

전반기 성적표는 10위. 물론 아쉬운 수치다.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짜릿한 승리를 따내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후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10명 이상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여기에 퇴장까지 속출했다. 3경기 연속 10명으로 경기를 뛰며 가뜩이나 얇은 선수단에 체력부담까지 가중됐다. 유 감독은 신인급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위기 탈출을 노렸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했다. 2군에 10명이었던 전북전 무승부와 경기 막판 실점으로 승점 1점에 그친 대구전 등은 두고두고 아쉬운 경기였다. 유 감독은 "내가 원하는 멤버로 경기를 뛴 것은 수원, 포항과의 1, 2차전 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5개월만에 결과까지 바꾸기에는 전남의 전력이 너무 약했다. 최재현 최효진 허용준 등마저 장기부상에 시달리던 전남이다. 하지만 적어도 5개월 동안 보여준 전남 축구의 모습은 희망적이었다. 유상철식 축구가 팀에 녹아들기 시작됐다. 빠르게 전개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전남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선수들도 정확한 계획 아래, 목표를 갖고 플레이하고 있다. 신인급 선수들의 성장도 눈에 띈다. 한찬희는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김경민 전지현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자원으로 떠올랐다.

승부는 후반기다. 휴식기 동안 부상자가 대거 돌아온다. 전력보강에도 나선다. 최전방부터 골키퍼까지 다양한 포지션에, 다양한 선수들을 노리고 있다. 예산이 문제지만, 유 감독이 원하는 축구에 맞는, 유 감독이 원하는 선수로 채울 생각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의지가 크다. 유 감독은 선수들과 스킨십을 통해 끈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전남은 다른 팀 보다 휴식기가 짧았지만, 고참들을 중심으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비의 전남이 또 한번 출발선상에 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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