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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남 치열한 '장군멍군' 울산의 투지가 빛났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5-14 05:00





'비겼지만 투지는 돋보였다.'

울산 현대가 13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13라운드 경남과의 홈경기서 수적 열세를 딛고 1대1로 비겼다.

이로써 울산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포함 12경기 무패행진(7승5무)을 기록한 데에만 만족해야 했다. 황일수의 데뷔골로 잠시 웃었다가 요주의 대상이었던 말컹에게 얻어맞으며 놓친 승리였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ACL 16강 2차전을 앞두고 위기관리 능력을 끌어올리고 선수단 투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수싸움의 시작은 ACL

이날 양팀 감독의 공통 화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였다. 울산은 16일 운명의 ACL 16강 2차전을 치러야 한다. 1차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둔 터라 2차전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같은 화제이지만 각자 바라보는 시각은 달랐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울산이 ACL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우리에겐 기회다. 원정이지만 전반부터 강한 빌드업으로 상대의 체력 부담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포백 측면에 안성남을 시즌 두 번째 출전시키고 네게바-김효기의 투톱 조합을 선발로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안성남의 빌드업 능력을 믿었고 네게바는 김효기와 짝을 이뤄 활발한 빌드업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예상대로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준 김도훈 울산 감독은 "ACL을 대비한 것도 있지만 리그에서 승점을 쌓아 2차전을 맞는 게 선수들의 심리상 더 필요하다. 상대의 전략에 대비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준비한 플레이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로테이션이라기보다 변칙 용병술에 가까웠다. 올시즌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가 모두 선발에서 빠졌다. 리차드, 오르샤가 벤치 대기했고 토요다는 피로감으로 아예 빠졌다. 토요다의 최전방 자리에 김민규를 깜짝 투입했다. 프로 3년차인 김민규는 2017년 서울이랜드에 임대 갔다 왔고 이번이 1부리그 데뷔전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김민규가 몸싸움에 능하고 투지도 좋아 선발 투입된 김인성 황일수의 스피드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는 이'. 울산 역시 경남의 힘을 빼놓는데 먼저 집중하겠다는 것이었다.

장군멍군…결산표는 울산 승리

지난 4월 첫 맞대결에서 0대0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두팀은 이날도 팽팽하게 장군멍군을 불렀다. 두 팀 감독의 의중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평하게 통했다. 먼저 웃은 이는 울산. 전반 33분 침투패스가 길게 들어가자 한승규가 압박해 달려갔고 경남 수비수 박지수가 급하게 걷어낸 공이 황일수의 가로채기에 걸렸다. 결국 박지수는 황일수의 문전 침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왼팔을 사용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토종의 압박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김도훈 감독의 의중이 맞아떨어진 것. 1분 뒤 키커로 나선 황일수는 침착하게 골문 왼쪽 구석을 가르며 올시즌 1호골을 완성했다.

하지만 울산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43분 최영준과 충돌해 넘어졌던 주장 수비수 강민수가 왼손 손가락 부상으로 후반 시작과 함께 리차드와 교체됐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1분 정재용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후반 교체 투입된 말컹과 공중볼 위치경쟁을 하던 중 팔을 가격해 넘어뜨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후반 조커로 말컹을 준비했던 김종부 감독의 의중이 적중했고 '멍군'을 부를 채비까지 갖췄다. 아니나 다를까. 수적인 열세가 울산에겐 너무 큰 악재였다. 15분 말컹이 번쩍 빛났다. 우주성의 오른 측면 크로스를 받아 절묘한 논스톱 터닝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울산은 김민규 대신 오르샤를 투입하며 맞불을 놓았고 경남은 후반 들어서만 10개 이상의 슈팅을 쏟아부으며 울산을 연이어 위협했다. 울산도 역습 상황에서 경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며 끝까지 투지를 선보였다. ACL 16강 2차전을 앞둔 울산으로서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한판승부였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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