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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에 숨은 경제학…지원금·성과급 손익계산서는?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5-10 05:21





'기분은 좋지만 남는 건 없다.'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의 세계다.

아시아 프로 클럽이 참가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도 예외는 아니다. 빅클럽이 즐비한 유럽챔피언스리그 정도는 아니지만 ACL에서도 돈이 풀린다.

성적 잘 내는 팀이 한푼이라도 더 받는 구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올해 ACL의 경우 조별리그 승리시 5만달러(약 5400만원), 무승부 1만달러(약 1080만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패배할 경우 땡전 한푼도 없다. 여기에 원정경기 보조금으로 팀당 3만달러(약 3200만원)가 지급된다. 조별리그에서 3경기가 원정이니 총 9만달러(약 9700만원)를 받는 셈이다. 이들 지원금은 모두 대회 주최측인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지급한다. 방송 중계권 수익 등으로 마련한 재원이다.

16강전부터 지원금은 점차 올라간다. 일종의 '성과급'이다. 16강에 진출하면 10만달러(약 1억800만원), 원정경기 지원금 3만달러를 추가로 받는다. 8강전 진출시 15만달러(약 1억6200만원)로 인상됐다가 준결승에서는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로 껑충 뛰어오른다. 8강-준결승 모두 원정경기 지원금은 3만달러로 동일하다.

결승 진출시 따로 성과급은 없다. 우승과 준우승 상금이 있기 때문이다. 우승 상금은 400만달러(약 43억2400만원)이고 준우승 상금은 200만달러(약 21억6200만원)에 달한다. 대신 결승전의 위상을 고려해 원정경기 보조금은 6만달러(약 6400만원)로 종전보다 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현재 16강에 진출한 K리그1 전북, 수원, 울산은 원정경기 보조금을 제외하고 23만(약 2억4800만원)∼35만달러(약 3억7800만원)씩 확보했다. 하지만 벌어도 번 게 아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게 ACL의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우선 원정경기 보조금(1회당 3만달러)부터 구멍이 난다.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같은 F조였던 울산 구단에 따르면 일본 원정 한 번 다녀오는데 3000만원 이상 들었다. 호텔에서 최소 2박을 해야 하고 왕복 항공료, 식비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가 없다.


가까운 일본도 이 지경이니 더 먼 곳으로 원정을 떠날 경우 3만달러로는 실비정산도 안되는 셈이다. 결국 구단 운영비에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조별리그 승리 시나 토너먼트 진출 성과급은 대부분 선수단 승리수당, 홈경기 준비 비용 등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구단 호주머니로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다.

ACL은 계속 올라갈 경우 팬들을 즐겁게 하는 등 기분은 좋을지언정 경제학적으로 이른바 돈 버는 장사는 아니다. 수지 타산으로 볼 때 남을 때가 있기는 하다. "최소한 준우승을 해야 상금 등을 감안할 때 약간의 흑자로 돌아서고 준결승에 진출할 경우 손익분기점이 된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16강을 치르는 수원과 울산은 그나마 한숨 돌린 편이다. 국내 팀끼리 맞붙는다고 해서 원정경기 보조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해외 항공료가 빠지니 조금 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남는 돈 역시 구단이 챙기지 않는다. 선수단 경기력 향상을 위해 더 쓴다. 수원은 9일 울산과의 원정 1차전을 맞아 평소 K리그 원정보다 하루 빠른 이틀 전 울산으로 내려갔다. 하루 더 묵느라 늘어나는 체류비를 원정 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은 한술 더 떠 14일 수원에서의 2차전(16일)을 위해 원정을 떠나는 김에 20일까지 쭉 눌러 앉아있기로 했다. 20일 K리그1 인천과의 원정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괜히 왔다 갔다 선수들을 피곤하게 하느니 수원에서 이틀을 묵고, 인천으로 옮겨 인천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훈련을 위해 추억의 인천월드컵경기장도 대관료를 지불하고 빌려놨다.

결국 원정경기 보조금보다 돈이 더 들게 생겼다. 울산 관계자는 "눈앞의 금전 이익보다 팀 승리와 명예가 팬들을 즐겁게 하는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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