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3년 출범한 한국 프로축구 K리그가 2019년부터 팀별 구단 재정 현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2017년 자료에 따르면 K리그 1부 팀들의 평균 수입은 약 199억원이다. 또 평균 지출은 약 202억원이다. 구단 평균 손익은 약 3억원 안팎이다. 회계상 3억원의 적자는 수치상으로 악성 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먼저 수입 항목에서 스폰서십이 차지하는 비중이 64%로 지나치게 높다. 반면 입장권 수입은 고작 4%로 너무 적다. K리그 팀들의 스폰서십 대부분이 모기업(또는 시도지차체) 협찬금(또는 보조금)이다. 기업 구단들(전북 현대, 수원 삼성,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등)은 모기업의 광고를 유치하고 그 대가로 협찬금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K리그 구단들이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선 모기업의 협찬금 비율을 점차 줄여야 한다. 대신 지역 연고 기업 등의 협찬 비중을 높이고 또 입장권 및 중계권 수입을 늘려 자생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선구자격인 유럽 빅리그에선 구단 수입에서 중계권과 입장권 비중이 높다. 지난해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EPL 맨유의 경우 스폰서 등 협찬 수입이 48%, 방송 중계권 수입이 33%, 입장권 관련 수입이 19%를 차지했다. 맨유의 경우 구단 살림살이가 최근 늘어난 이유는 중계권과 스폰서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출을 살펴보면 K리그 팀들이 수입에 비해 턱없이 많은 돈을 쓰는 건 아니다. 수입과 지출을 매년 거의 맞춰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지출 내역이다. 세부 지출에서 선수단 인건비(56%)와 선수단 운영비(21%)에 75% 이상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K리그 인건비는 예산의 30% 수준이다.
현재 한국 스포츠시장의 열악한 상황을 감안할 때 K리그 구단 수입 증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평균 유료 관중 1만명을 넘길 구단은 손에 꼽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유럽 처럼 방송 중계권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조짐도 없다. 모기업 협찬금 또는 시도지자체 보조금 외 다른 스폰서 금액이 갑자기 확 늘어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다 팀간 예산 격차까지 계속 벌어지고 있다. 꾸준히 좋은 선수와 빼어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전북 현대의 경우 2017년 선수 연봉으로 가장 많은 약 150억원을 썼다. 전북의 한 해 예산은 약 400억원(추정)에 달한다. 반면 광주 연고인 광주FC의 경우 선수 연봉은 약 31억원이었고, 지난해 예산은 100억원(추정) 정도였다. 전북과 광주의 선수 연봉 차는 120억원, 연간 예산 차이는 무려 300억원에 달한다. 전북은 지난해 월등한 경기력으로 K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광주는 2부 리그로 강등됐다.
프로축구연맹은 "유럽축구연맹도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K리그는 2013년부터 연봉 공개, 실 관중·유료 관중 집계 등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번 재정 현황 공개 추진도 구단의 자율성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채누적, 적자경영을 막아 한국적 현실에 맞는 알찬 구단 살림살이를 꾸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구단에선 "구단 재정 공시 결정으로 오히려 살림살이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