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혜리X아스나,韓-日우정이 꽃피는 WK리그(Feat.지소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4-27 09:03


경주한수원 아스나와 인천현대제철 김혜리가 개막전 직후 런던의 지소연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지난 23일, 인천 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의 WK리그 개막전은 치열했다. 90분 내내 치고받는 우중혈투 속에 0대0으로 비겼다. 이날 경주한수원 엔트리에서 낯익은 일본선수의 이름을 발견했다. 일본국가대표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다나카 아스나, 2011년 독일월드컵 우승, 2015년 캐나다월드컵 준우승 멤버이자 지소연의 고베아이낙 시절 룸메이트였던 그녀가 지난 겨울 한국에 왔다. 경주한수원 유니폼을 입고 WK리그 그라운드에 처음으로 나섰다.


경주한수원 아스나와 인천현대제철 김혜리가 개막전 직후 런던의 지소연과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2011년 고베아이낙의 우승 당시 다나카 아스나, 지소연, 가와스미 나호미.

지소연, 김혜리, 강유미, 다나카 아스나, 가와스미 미호 등 동계휴가 기간 함께 어울린 한일 여자축구 에이스들.


경기 직후 라커룸 앞, "혜리! 혜리!" 경주한수원 국가대표 아스나가 현대제철 국가대표 김혜리를 찾았다. 아스나는 첼시레이디스의 지소연과 영상통화중이었다. 김혜리는 지소연의 가장 오랜 절친이다. 지소연이 고베아이낙에서 뛸 당시 김혜리는 매년 일본을 찾았다. 가와스미 나호미, 다나카 아스나 등 일본 '룸메'들은 휴가 때면 지소연, 김혜리 등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20대 초반부터 국경을 넘나들며 함께 자유로이 어울려왔다. 축구로 통하는 이들은 그라운드 안에선 하니 양보 없는 적이지만 그라운드 밖에선 둘도 없는 친구다. 휴대폰 속 지소연이 한국의 아스나와 김혜리를 보고 반색했다. "페널티킥 안들어갔더라"고 했다. 런던에서 절친들의 개막전, 아스나의 데뷔전을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혜리, 컨디션 어때? 아프면 안돼." 대표팀에서 돌아오자마자 풀타임을 뛴 친구 김혜리의 몸상태도 알뜰히 챙겼다. 김혜리는 "소연이가 늘 내 몸 상태를 트레이너처럼 챙긴다"며 웃었다.



8년차 국가대표 수비수 김혜리는 감독, 선수 누구나 인정하는 '팀플레이어'다. 요르단아시안컵에서 돌아온지 닷새만에 펼쳐진 이날 홈 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뛰었다. 최인철 인천 현대제철 감독은 윤덕여호에서 뛴 8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김혜리, 이영주 2명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 몇 달간 대표팀에서 쉴틈 없이 달려왔지만, 조금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대표팀을 위해 헌신했다. 몸이 힘들지만, 극복해내야 한다. 이제는 우리 팀, 현대제철을 위해 간절히 뛰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생애 두번째 월드컵 티켓을 따낸 요르단여자축구아시안컵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지난해 북한과의 아시안컵 예선전을 앞두고 누구보다 치열하고 철저하게 준비했던 김혜리는 막판 어깨 부상으로 인해 평양행이 불발됐다. 동료들이 투혼으로 빚어낸 아시안컵 본선 무대, '전문 풀백' 김혜리는 꼭 필요한 선수였다. 초반 컨디션 난조를 이겨내고 4경기를 소화했다. "요르단에서 초반 몸이 좋지 않았는데 소연이의 100경기, 호주전에 함께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했다. 김혜리는 호주전 후반 28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중학교 시절부터 동고동락해온 절친 지소연의 100경기, 센추리클럽의 순간을 함께했다. "함께 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소연이의 100경기에서 지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달렸다. 소연이에게 늘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WK리그 그라운드에서 '지소연의 친구들' 김혜리와 아스나가 수비라인에서 맞서는 모습 역시 이채로웠다. 김혜리는 아스나와의 첫 맞대결에 대해 "한일전이 아닌 WK리그에서 맞서서 싸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스나의 데뷔전을 함께 해서 더 뜻깊다"며 웃었다. "아스나가 일본에 갈 때마다 맛있는 것을 많이 사줬는데, 이제 우리나라에 왔으니 내가 많이 사줘야겠다"고도 했다.

마침 이날은 아스나의 생일이기도 했다. 생일에 치른 WK리그 데뷔전을 축하하기 위해 김혜리는 화장품을 선물했다. 개막전 혈투를 마치고 경주로 내려가는 길, 김혜리를 불러세운 아스나가 가방 속에 고이 아껴둔 과자를 건넸다. "혜리, 또 봐! 연락해!"

WK리그, 아름다운 우정의 그라운드는 계속 이어진다. 30일 오후 7시 펼쳐질 2라운드에서 인천현대제철은 신생팀 창녕WFC 원정, 경주한수원은 보은 상무 원정에서 시즌 첫승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