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불안? 신태용 감독은 해결할 자신감이 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3-30 05:21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유럽원정 2연전을 마치고 2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신태용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3.29/

유럽 원정 2연전, 또 다시 화두는 수비였다.

신태용호는 유럽파까지 합류한 완전체로 북아일랜드, 폴란드와 만났다. 우리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F조에 속한 스웨덴, 독일전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2연패. 북아일랜드에 1대2로 역전패했고, 폴란드는 0-2에서 2-2까지 따라붙었지만 아쉽게 2대3으로 패했다. 공격은 나름 제 몫을 했다. '손흥민 활용법'이라는 케케 묶은 난제를 풀지 못했지만, 공격적인 경기 운용은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과시했다.

문제는 수비였다. 한국축구를 쫓아다니는 수비불안 꼬리표를 이번에도 떼지 못했다.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고, 다양한 수비수들을 테스트해 봤지만 5골이나 내줬다. '이런 수비로는 월드컵에서 망신당한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신태용호는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유럽파는 현지에서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K리거 13명만 돌아왔다.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선 신 감독은 '수비 불안'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수비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좋은 경기를 하면서도 마지막 실점이 많다. 월드컵에 나서기 전 고쳐야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5월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라며 "5월에 소집하면 지금보다 수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해법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 그는 "수비의 근본적 문제는 인터뷰에서 말할 부분이 아니다. 확실한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 내 나름대로 파악을 했다는 점이다. 5월에 소집하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폴란드전에서 실험했던 플랜B 스리백은 또 다른 옵션으로 갖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 감독은 "플랜B도 갖고 있어야 한다. 스리백을 하루 훈련해봤다. 김민재가 전반 초반 부상 하면서 수비가 무너진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플랜B로서 스리백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월드컵 전 20여일 간 준비하면 충분히 할 만 하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유럽원정 2연전을 마치고 2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주호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인천공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3.29/
선수들도 신 감독과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자신감도 있었고, 저마다 해결책도 있었다. 1년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 2도움을 올리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른 박주호(울산)는 "월드컵 본선에선 훨씬 강한 팀을 상대해야 한다. 일대일 마크에서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며 "동료들이 서로 협력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폴란드전에서 멋진 중거리포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한 이창민(제주)은 "수비수만 수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방부터 수비를 해줘야 한다. 11명이 한 마음으로 수비도 하고 공격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분간 A매치는 없지만 신 감독은 쉴 틈 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유럽파와 K리거 중 어느쪽을 점검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신 감독은 "현재로서는 유럽에 나가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50대50으로 고민하고 있다. K리그와 J리그를 체크해야 할지, 유럽을 봐야 할지 시간을 두고 생각 중"이라고 했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최종 엔트리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출국 전 "80%는 머릿속에 있다"고 했던 신 감독은 "이번에 문제점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80% 정도는 정리됐지만 20%는 오답정리로 채워가야 한다"며 "변화의 폭은 디테일하게 말할 순 없다. 내 생각이 있다. 월드컵에 나갔을 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이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FIFA랭킹 24위(북아일랜드), 6위(폴란드)와 붙어 선제골도 넣었고, 막판에 2골을 따라잡기도 했다. 경기 내용도 뒤지지 않았다. 마지막에 실점하면서 왜 우리가 실점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느꼈다"며 "이번 2연전은 가상 스웨덴, 가상 독일을 생각했다. 실전이 아닌 가상이었다. 손흥민을 어떤 포지션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반적인 테스트를 했다. 결과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신 감독은 자리를 뜨기 전 취재진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선수 개개인을 너무 기죽이지 말아달라. 선수 개개인을 탓하니까, 선수들이 힘을 못 쓴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가 죽는다. 응원의 메시지를 좀 부탁한다."

신 감독은 과연 어떤 오답노트를 쓸까. 그 노트 속에 16강 운명이 걸려있다. 일단 신 감독은 특유의 자신감을 보였다.


인천공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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