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유스출신 파워? 숨은 노장들이 있기에...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3-27 17:15 | 최종수정 2018-03-27 18:56


부산의 양대 베테랑 김치우(왼쪽)와 이종민. 사진제공=부산 아이파크



"형만한 아우는 없다더니…."

부산 아이파크가 마침내 함박웃음을 되찾았다.

유력한 K리그2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시즌 초반 2무로 주춤했다가 연승으로 반등하면서 본격적인 선두(부천FC·4승) 추격에 돌입했다.

부산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연속 무승부를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요 전력이 부상 이탈 중이기는 하지만 남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갈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막상 연승 반전이란 결과물을 얻고나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짐짓 내뱉는 자랑이 아니었다. 부산을 두 번 웃게 만드는 요인이 있었다.

부산을 먼저 웃게 한 이는 당돌한 어린 친구들이다. 대물림하며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니 이보다 예쁠 수가 없다. 작년엔 김문환(23)이 '젊은피' 중심에 섰다. 부산에서 데뷔한 그는 30경기에 출전해 4골-1도움의 활약으로 데뷔 첫해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 덕분에 김문환은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23세이하 대표팀)를 달았다.

2018년 들어서는 부산 유스(개성고) 출신 동갑내기 김진규(21) 이동준이 젊은피 돌풍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진규는 지난 K리그2 3라운드 아산전(1대0 승)에서 무승 사슬을 끊는 결승골 포함, 3경기 2골을 기록했다. 그러자 이동준은 25일 대전과의 4라운드에서 김문환 김진규가 벤치에서 쉬는 사이 선발로 출전해 연승 축포를 쏘았다.


부산 젊은피의 중심 이동준(왼쪽)과 김문환이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며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키가 1m72∼1m75, 몸무게 60kg대로 축구선수로서 우월한 신체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빠른 스피드와 활동량을 앞세워 발바닥에 불난 듯 종횡무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팔팔 끓는 패기를 보여주니 부산 팀 전체에 활력소가 된다. 이동준은 "김진규 김문환의 활약이 나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긍정적인 자극들이 나를 성장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젊은 친구들간 선의의 경쟁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부산 구단을 두 번 웃게 한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최고참 노장 이종민과 김치우다. 35세 동갑인 둘은 과거 한때 FC서울에서 함께 뛸 때처럼 좌우 윙백을 맡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부지런히 뛸 수 있도록 밀어주고 끌어주는 이가 이종민 김치우다.

최윤겸 감독이 작년 말 부산에 부임할 때 "잘 갖춰진 부산의 젊은 선수층을 책임감있게 이끌어 가고 끈끈한 형님 역할을 할 수 있는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필요하다"면서 의욕적으로 영입한 베테랑들이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김치우는 현재까지 전경기(4경기) 풀타임, 이종민은 2경기 풀타임-1경기 77분을 소화하며 '젊은이' 부럽지 않은 체력을 과시한다.

어느날 구단 관계자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넌지시 물었단다. '새로 입단한 김치우 이종민 형님들과 지내기는 어떠냐'고. 그러자 후배들은 이구동성으로 "형님들이 그라운드나 훈련장에서 더 열심히 하니 우리가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몇년간 함께 지낸 형들처럼 끈끈하게 맺어주는 게 원래 부산사람인 줄 알았다니까요"라고 대답했다. 특히 주장 이종민은 "어떻게 그 나이에 체력을 유지하고 경기력까지 베스트인지 존경스럽다"는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다.

부산 관계자는 "우리가 방심해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양쪽에서 쌍끌이 그물을 끌듯이 후배들을 지휘하는 모습이 감동적일 때도 있다"면서 "형만한 아우는 없다는 교훈이 전혀 틀리지 않는다"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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