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경의 J사커]통합MD 정착시킨 日, K리그도 할 수 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3-27 05:20


◇지난 2013년 서울 동대문에 개장했던 K리그 오프라인스토어의 모습.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혁신과 변화'는 말로 이룰 수 있는게 아니다. 숱한 좌절과 아쉬움을 통해 지겹도록 얻은 교훈이다.

반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K리그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통합 머천다이징(MD) 사업 추진이 세상에 공개됐다. 각 구단의 입장권, 머천다이즈 상품 판매를 통합 관리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상생과 변화, 궁극적인 발전을 위한 행보에 축구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팬들도 좋은 결과를 바라고 있다.


K리그의 통합MD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 서울 동대문에 K리그 스토어가 문을 연 적이 있었다. K리그 1, 2부팀이 만든 MD 상품을 한 공간에서 판매하는 형태였다.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고, 실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이들도 더러 있었다. 결과는 아쉬움이었다. 천차만별인 제품의 질 뿐만 아니라 수량, 소비자 니즈(Needs)와 동떨어진 상품 뿐이었다. 접근성이라는 오프라인의 한계도 벗어나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K리그 스토어에 대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5년 전의 실패는 다시 되풀이되선 안된다. 철저한 원인분석과 보완책이 필요한 이유다.


◇J리그 온라인숍 메인페이지.
프로연맹은 일본 J리그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한다. J리그는 지난해부터 통합MD 사업이 출발했다. 10개 구단이 참여 신청을 한 K리그와 달리 J리그는 1~3부 총 54개팀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온-오프라인 판매 비율을 50%씩 설정하고 J리그 사무국-구단 간 상품 개발 비율은 4대6이다. 외주 생산 방식이되 담당자 검수를 거치게 하면서 상품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상품 뿐만 아니라 입장권 판매 대행 사업도 함께 추진했다. 함께 보조를 맞춘 곳은 J1(1부리그) 빗셀 고베의 모기업이자 일본 내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라쿠텐이었다. J리그 사무국은 라쿠텐의 시스템을 흡수했고, 라쿠텐은 실무자를 파견해 협업했다. 이를 통해 운영 노하우나 개별 물류-결제 시스템의 빠른 습득과 활용이 가능해졌다. 팬들의 니즈와 구단 요구사항 간의 균형을 이루는 작업 역시 협업을 통해 해결했다.


◇지난해 J리그 우승팀인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살레를 본떠 만든 편백나무 후로오케의 모습.
'창의'도 빼놓을 수 없다. 인기 캐릭터와의 콜라보레이션 상품 뿐만 아니라 특색 넘치는 한정수량 기념품 등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수익 규모는 빠르게 늘어났다. 인기 캐릭터 '리락쿠마'를 살린 구단 상품이나 J1 우승팀에 주어지는 살레(Schale·접시) 모양을 본떠 만든 후로오케(風呂桶·목욕탕에서 쓰는 작은 물통)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J리그가 통합MD 사업으로 거둔 연간 매출액은 15억엔(약 15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J2(2부리그) 카마타마레 사누키가 J리그와의 통합MD를 통해 내놓은 리락쿠마 인형.
프로연맹이 내놓은 브리핑 자료를 보면 통합MD 추진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엿볼 수 있다. 고민은 프로연맹에만 그쳐선 안된다. 사실 K리그 구성원들이 갖춘 자질만 모아도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오프라인소매,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모기업을 둔 구단들은 K리그에도 있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MD 사업을 벌여온 구단들의 목소리가 더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없는 탁상공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구단 역시 팔을 걷어붙인 프로연맹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라도 1~2부 전구단이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명분, 체면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모두가 나서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통합MD는 단순한 구단 상품 판매 촉진에 그쳐선 안된다. K리그는 '재밌는 경기'라는 또 다른, 더 큰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 통합MD라는 작은 출발점이 얼어붙은 소비자,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K리그 구성원 모두 더 철저하고 절박하게 접근해야 한다.


스포츠2팀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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