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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터뷰를 해도 되는 사람인지…."
'무결점 방어'를 선보이고 있는 손정현. 그는 '늦깎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축구를 처음 시작했던 그는 원래 수비수였다. 손정현은 "중앙 수비, 풀백 등을 전전했는데 기량이 딸려서 중3 때 축구를 관두려했다. 그런데 당시 감독님께서 신체조건이 좋으니 골키퍼를 해보라고 하셨다. 그 때부터 골키퍼를 봤다"고 했다.
늦게 시작했던 만큼 어려움이 많았다. 손정현은 "골키퍼로 전향했을 때 학교엔 골키퍼 코치가 없었다. 필드 코치들과 동료 선수들이 때리는 슈팅을 막는 게 훈련의 전부였다"라며 "그 외엔 계속 혼자 훈련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고등학교에 들어가선 형들의 놀림도 많았다. 아무래도 기본기가 부족하다보니 '너 정말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손정현은 2014년 경남에 입단했다. 좁디 좁은 취업문을 통과했지만, 그 뒤에도 '늦깎이의 설움'은 있었다. 손정현은 "역시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했던 탓인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본기가 많이 떨어졌다. 출전 기회도 거의 잡지 못했다"고 했다. 손정현은 프로 첫 해 리그 6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2015년은 달랐다. 리그 39경기에 나서 42실점을 했다. 손정현은 "그 때 동계훈련 때도 썩 좋지 않아 '올해도 안되겠다' 했는데, 주전급 골키퍼들이 부상, 컨디션 난조를 겪어 내게 기회가 왔다"며 "여기서 무너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이 악 물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리를 잡나 싶더니 2016년엔 경찰청에 입대, 안산 무궁화(현 아산 무궁화)의 일원이 됐다. 2년간 12경기 출전에 불과했다. 손정현은 "입대 첫 해엔 좋은 선후임들과 너무 즐겁게 시간을 보냈는데, 제대가 다가오니 초조해졌다. 그 때 경남도 워낙 잘 하고 있어서 '내 자린 없겠다'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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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종부 경남 감독은 손정현을 외면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손정현에게서 '간절함'을 발견했다. 주전 골키퍼 이범수도 부상을 해 출전 기회는 손정현에게 돌아갔다. 그렇게 손정현은 K리그1에서 선방쇼를 펼쳐오고 있다. 손정현은 "나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주목을 받은 적 없었다. 이런 인터뷰 기회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감사하지만, 사실 골키퍼는 돋보여선 안되는 존재가 맞다"라며 "골키퍼가 선방할 일이 없는 게 진정한 강팀이다. 팀만 승승장구할 수 있다면 나는 뒤에서 조용히 박수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며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