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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A대표팀 감독(48)의 고민은 계속된다.
지난 12일 신 감독은 3월 유럽 원정 2연전에 출전할 23인 명단에 전북 수비라인을 이식했다. 소집된 7명 중 수비수만 5명(김진수 김민재 홍정호 최철순 이 용)이었다. 지난 1월 말~2월 초 진행된 터키 전지훈련 때도 전북 선수들이 7명 발탁됐지만 당시 수비수는 세 명(김진수 김민재 최철순)이었다.
이어 "현재로서는 수비수 개개인 중에선 가장 좋은 멤버다. 한 선수, 특정팀을 두고 뽑는 것이 아니다. 전북 수비라인이 국가대표급 수비라인이다. 수비라인의 변화보다는 한 팀에서 손발을 맞춘 것이 유리하다. 베스트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1~2명이 보강되면 시너지 효과는 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고민도 적지 않았다. 신 감독은 '현재 가장 머릿 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수비라인이다"고 적시했다. 그는 "전북 수비라인이 대표급으로 구성돼 있는데 실점률이 높다. 부담을 안고 있다. 신체적인 조건이 우월한 스웨덴과 독일이 파워로 밀고 들어왔을 때 수비라인들이 얼만큼 견뎌낼 수 있을까, 양쪽 풀백들이 제공권에서 이겨낼 수 있을까가 고민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풀백들은 왜 1m80이 넘는 선수가 없을까란 아쉬움도 있다"라며 농을 던진 뒤 "자고 일어나면 코칭스태프가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수비라인을 조직력 있게 만들어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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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북 수비진은 최근 3경기에서 10골을 헌납했다. 지난 6일 톈진 취안젠(중국)을 안방으로 불러들였을 때는 3골을 허용했고 지난 10일 인천 원정에선 3골을 다시 내줬다. 14일 톈진 원정에선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전술변화를 예고한대로 수비전형을 스리백으로 바꿨다. 그러나 큰 소득이 없었다. 4골을 내주고 말았다. '절대 1강'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던 전북이 2연패를 하고 말았다.
신 감독의 고민을 더 가중시키는 건 역시 경기력 저하다. 80%의 명단 윤곽을 잡은 상태에서 부상도 아닌 경기력이 떨어지면 신 감독은 난감해진다. 베스트 멤버라고 염두에 둔 선수가 빠져버리면 대체자원으로 메우면 되겠지만 머릿 속은 복잡해진다. 계획을 다시 짜야 하고 또 다른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때문에 전북 수비라인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수비진은 아흔 아홉번을 잘하더라도 한 골을 먹으면 비난을 받는다. 수비 본연의 임무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그래도 엷은 희망이 엿보인다. 전북 선수들의 마인드 변화다. 여느 공격수 못지 않은 공격력을 갖춘 김진수는 지난 동아시안컵과 터키 전지훈련을 통해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깨달았다. 수비수에겐 수비가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잡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크로스 스페셜리스트' 이 용도 4년 전 배운 점이 많다.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자주 돌파를 허용해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던 아픔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중앙 수비수 홍정호도 개인기량은 좋지만 연계 플레이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활발한 소통으로 '괴물' 김민재와 협력수비를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전북 수비라인의 부활이 신태용호 안정의 첫 걸음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