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서 폭발한 레오가말류, 포항이 들끓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3-04 12:22



레오가말류(32·브라질)가 데뷔전부터 안방인 포항 스틸야드를 달궜다.

레오가말류는 3일 펼쳐진 대구FC와의 홈 개막전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리면서 팀의 3대0 쾌승을 이끌어냈다. 대구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처럼 보였던 포항은 레오가말류의 맹활약에 김승대의 쐐기포까지 더해 1만4000여 홈 팬들 앞에서 기분 좋게 첫 승을 신고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K리그에 데뷔한 레오 가말류를 향한 시선을 엇갈렸다. 브라질 무대에서 잔뼈가 굵고 실력도 출중한 선수라는 평가가 상당했다. 그러나 매년 팀을 옮긴 '저니맨' 이미지에 2009~2010년 밟은 중국 무대에서도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기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있었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된 동계 훈련 당시 구단 관계자는 "순간 장면에서 번뜩이는 모습은 상당한데, 아무래도 몸 만들기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평하기도 했다.


경기 초반 레오가말류는 '미완성'처럼 보였다. 수비에서 전방으로 길게 이어지는 패스에 머리를 맞추려 했으나 대구 수비진의 커트에 번번히 차단당할 뿐이었다. 폭넓은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2선에서 공간을 찾아 파고드는 김승대와의 연계 역시 다져지지 못한 모습이었다. 흐름을 바꾼 것은 '행운의 골'이었다. 전반 막판 동료 이광혁이 얻어낸 페널티킥 기회를 넘겨 받았다. 침착하게 다가가 오른발로 대구 골키퍼 조현우를 완벽하게 속이며 득점을 얻었다. 기분좋은 첫 골이었지만 '외국인 공격수'의 데뷔골 타이틀로 삼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마수걸이골의 아쉬움은 두 번째 득점 장면을 통해 완벽히 지워졌다. 후반 31분 권완규가 센터라인 오른쪽 측면에서 아크 정면으로 길게 내준 패스를 수비수 두 명 사이로 파고들어 받았다. 바운드된 볼을 지체없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는 장면이 백미였다. 신태용호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던 조현우였지만 손쓸 도리가 없었다.


포항 팬들 사이에서 레오가말류의 주가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의 브라질 공격수'가 띄운 의문부호가 데뷔전에서 느낌표로 바뀌자 환호하는 분위기다. 일부 팬들은 레오가말류의 다부진 외모와 대구전 활약상을 두고 2000년대 초반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던 샤샤의 재림이라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최순호 감독은 "감독 생활하면서 기분 좋은 날도 참 없는데, 오늘은 정말 좋다. 선수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 내가 주문한 대로 경기를 했다"고 엄지를 세웠다.

같은날 인천을 상대한 강원FC도 '외국인 효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새롭게 선보인 제리치의 1골-1도움을 앞세워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리그 최종전에서 강원 지휘봉을 잡은 송경섭 감독은 4개월여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인천은 무고사의 그림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1골을 만회한데 만족해야 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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