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체력회복 비결 '낮잠', 마흔 돼도 K리그 최고 스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3-02 05:59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차두리 A대표팀 코치(38)는 지난 2015년 1월 호주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당시 차두리가 밝힌 은퇴 이유는 '체력'이었다. 자세하게 말하면 체력 회복이 빨리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차 코치보다 한 살 많은 '라이언 킹' 이동국(39·전북)은 올해 한국나이로 마흔이 됐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에도 젊은 선수 못지 않은 체력 회복 능력을 보이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단지 잘 먹고, 잘 잘 뿐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회복 능력을 갖춘 점도 있지만 이동국은 시즌 중 한 가지는 반드시 지킨다. '낮잠'이다. 구단 관계자도 "이동국이 다른 건 몰라도 낮잠 시간 만큼은 반드시 지킨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타고난 능력과 좋은 습관에 힘입어 이동국은 전북 최다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국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개막전(2대0 승)에 출전하면서 기존 최진철이 보유했던 358경기 출전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K리그 283경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59경기, FA컵 15경기, 클럽월드컵 1경기를 뛰었다.

이동국은 "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고 있다는 건 부상도 없어야 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이란 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 컨디션 조절을 잘 해온 것이 주효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겠다"며 웃었다.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이동국은 경기만 많이 뛴 것이 아니다. 골도 많이 넣었다. 1일에는 1골-1도움을 기록, 전북의 7년 연속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K리그 최다골(203골·1일 현재)은 '현재진행형'이다.


주목할 점은 올 시즌 ACL 두 경기를 포함해 세 경기에서 터뜨린 골이 모두 후반 조커로 투입돼 뽑아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가시와 레이솔과의 ACL 조별리그 1차전에선 후반 시작하자마자 투입돼 멀티 골을 쏘아 올리며 팀의 3대2 역전승을 이끌었다. 또 1일 K리그 개막전에선 후반 15분 멋진 왼발 발리 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폭발시키며 해결사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이동국은 "시즌 초반에 교체로 들어가서 골을 넣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운이 좋다.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반에 들어가든, 후반에 들어가든 경기를 대하는 자세는 똑같다. 다만 전반에는 주어진 시간이 있어 모험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후반에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볼 소유 등 어려운 점이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K리그 개막전에선 비기고 있는 상황에 들어가서 운이 따른 상황이었다. 이런 골로 인해 팀 분위기가 살고 다음 경기로 좋은 기운이 이어질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찬스를 만들고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

이미 학습은 돼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38경기 중 20경기를 조커로 뛰었다. 그래도 10골-10도움을 기록했다. 벤치에 앉아있을 때는 주로 어떤 생각을 할까. 이동국은 "상대보다 우리 팀의 장단점을 본다. 스트라이커가 왜 골을 못 받고, 왜 찬스가 안 나는지를 지켜본다. 미드필더와의 소통 문제도 살펴보고 선수들에게 얘기한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헌신'과 '희생'은 이동국에 대한 또 다른 수식어가 됐다. 이같은 모습은 그라운드에서 잘 드러난다. 이동국은 투톱을 형성하는 김신욱, 아드리아노 보다 많이 뛴다. 골을 넣은 뒤에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변신, 동료들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동국은 "전반에는 (투톱이) 상대도 힘이 있고 대등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후반에는 투톱이 피지컬적인 우위도 있고 상대가 부담 스런 상황이다. 수비할 때는 대화를 통해 수비형 미드필더를 차단하면 된다. 신욱이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내가 좀 더 내려와서 도와주는 것이 잘 맞아왔다. 아드리아노와는 약간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할 수 있겠지만 많은 옵션이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동국과 함께 K리그 전설로 활약하고 있는 염기훈(35·수원 삼성)도 이날 잊을 수 없는 개막전을 치렀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개인 통산 100호 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통산 첫번째 금자탑이다. 통산 2위 이동국(72도움)과의 격차가 커 당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염기훈의 대기록은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염기훈의 도움을 받은 이기제의 동점골에도 불구, 수원은 1-1로 맞선 인저리타임에 전남 최재현에게 헤딩슛을 내주며 1대2로 패했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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