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파를 뚫고 한국 프로축구가 2018년 시작을 알린다.
수원이 탄호아를 잡으면 2018년 ACL 조별리그 H조에 합류해 상하이 선화(중국), 시드니 FC(호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 본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ACL 조별리그는 2월 중순부터다. 수원의 이번 PO가 올시즌 K리그의 사실상 시작인 셈이다. 수원은 올시즌을 맞아 최근 몇 년새 보여주지 않았던 '광폭행보'를 과시했다. 핵심 전력을 내보내는데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전극적인 투자로 전력보강에 나섰다. 이번 탄호아전은 전력보강의 첫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
'푸른피'로 변신한 데얀 마침내 출격
이번 탄호아전에서 뭐니뭐니 해도 최고 관심사는 데얀(37)의 수원 데뷔전이다. 데얀은 올시즌 최고의 뉴스 메이커다. FC서울에서 수원으로 전격 이적하면서 역대급 화제를 이미 몰고 왔다. 지난 5일 수원에 합류한 뒤 성공적으로 전지훈련을 마쳤다. 서정원 감독은 "데얀이 2017년 시즌 종료 후 고국으로 돌아간 뒤 개인훈련을 철저하게 했더라. 새로운 팀에 합류했으니 시간을 갖고 적응시키려고 했는데 스스로 훈련량을 늘려가며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데얀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푸른 유니폼을 입기 위해 축구화도 파란색으로 바꿨다. 첫 경기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다"면서 "시간이 흘러 나의 선택의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데얀이 K리그 외국인 선수 역사에 새겨놓은 숱한 기록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이제 수원에서 자신의 역사를 업그레이드하는 출격을 맞이한다. 지난 3주일간 전지훈련 4차례 연습경기에서 한 경기도 빠짐없이 골을 터뜨렸고, 그것도 총 8골로 팀내 최다 득점자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수원에서의 데얀은 믿고 쓰는 골잡이임을 확인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K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용병답게 수원 선수단과도 빠른 시간에 녹아든 데얀.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며 시즌 중 뉴스 메이커로도 손색이 없음을 예고할지 수원팬들은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다.
|
'좌충우돌' 탄호아 경기력은 과연?
탄호아가 객관적인 전력상 약체지만 수원이 경계하는 대목이 있다. 박항서 베트남 U-23대표팀 감독이 불러일으킨 '베트남 축구 돌풍'이다. 창단 9년차, ACL에 처음 출전하는 팀이라 베일에 가려진 게 많은 데다, '베트남 신바람'을 타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경기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지만 이번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탄호아의 초보 행보를 보면 대충 그림은 나온다. 탄호아는 좌충우돌이었다. 29일 양팀 프런트가 참석하는 사전 회의. 원정-홈팀의 유니폼 색깔 등을 결정하는 자리다. 혹한의 날씨때문에 언더웨어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흔히 '쫄쫄이'라 불리는 방한용 보조 유니폼을 말한다. 수원은 유니폼에 맞춰 파란색을 입겠다고 했다. 그러자 탄호아 측은 순진한 눈빛을 하며 "우린 언더웨어라는 게 없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베트남에서 요즘 한국의 한파를 상상하지 못했던 게다. 수원 관계자는 "29일 경기장 적응 예비훈련을 하면서 추위를 체험했으니 늦게라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앞서 수원은 ACL PO 진출을 예상하지 못한 탄호아 측이 항공편과 숙박 계획을 너무 늦게 알려주는 바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일처리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PMMC(Pre-Match media conference)' 일정을 논의하자고 했다가 "PMMC가 뭡니까?"라는 대답을 듣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PMMC'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경기 전 사전 기자회견'을 말하는 구단 프런트간 통용어다. 그런가 하면 이번 경기에 파견된 팔레스타인 출신 경기감독관은 "날씨가 건조하니 경기장 잔디에 물을 뿌려야 한다"고 말해 수원 구단을 아연실색케 했다. "이 날씨에 물뿌리면 빙판이 돼 큰일난다"며 간신히 설득했단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