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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김종부의 삶, 이번엔 '10년의 약속'이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1-02 15:15 | 최종수정 2018-01-02 17:54



김종부 경남 감독이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든다.

김 감독의 삶은 영화처럼 극적이었다. 어려웠던 살림, 축구 천재, 그리고 스카우트 파동 이후의 몰락. 학원과 K3 지도자 생활로 근근히 버텨오던 그의 삶에 새 전기를 마련된 시기는 2015년 12월이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경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2016년 연착륙을 하며 가능성을 내비친 그는 2017년 경남을 클래식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18경기 연속 무패(12승6무) 위업. 무명이던 말컹을 챌린지 최고의 골잡이로 만들어낸 집념. 설 곳이 없던 노장과 임대 선수, 그리고 존재감이 미미했던 자원들을 데리고 만들어낸 기막힌 반전 스토리. 2017년 김 감독의 경남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이제 김 감독은 또 다른 이야기를 쓰려 한다. 이번엔 '10년의 약속'이다. 주연은 김 감독과 최근 경남의 피지컬 코치로 합류한 호성원 코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소는 진해선수촌 당시 김 감독은 '축구 천재' 칭호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최고의 스타였다. 호 코치도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호 코치는 국가대표 육상선수였다. 호 코치는 서울체고에 다니던 1985년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 남자 고등부 100m에서 10초63을 기록, 대회 신기록을 작성했다. 호 코치의 기록은 2008년 김국영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무려 23년간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또, 호 코치는 1986년 자카르타아시아주니어선수권 남자 100m에서 10초54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21년 뒤인 2007년에야 김민균(10초53)에 의해 깨졌다.

진해선수촌에서 마주한 두 사람. 천재끼리는 알아보는 것일까. 둘은 금세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의 인생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김 감독도, 호 코치도 각자 분야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시들어갔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소중한 인연을 이어갔다. 김 감독이 모교인 중동고 지휘봉을 잡았던 2006년. 김 감독은 이 당시 호 코치를 데려왔다. 밑바닥에서 다시 만난 김 감독과 호 코치. 김 감독은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호 코치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내가 꼭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게. 그때도 우리 꼭 함께 하자."

더 높은 곳에서 함께 하자고 했던 김 감독과 호 코치의 약속. 2015년 12월 김 감독이 경남 지휘봉을 잡으면서 실현되는 듯 했다. 당시 김 감독은 호 코치를 경남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함께 할 수 없었다. 경남의 재정상태가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 함께 하고자 팀에 데려왔는데 다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구단의 상황이 너무 어려웠다."


호성원 경남 피지컬 코치.
김 감독은 피지컬 코치 없이 2016년을 보냈고, 2017년 승격을 일궈냈다. 최고의 리그에 첫 발을 디딘 순간, 그는 10년 전 약속을 떠올렸다. 다시 호 코치를 찾았고, 둘은 드디어 2018년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조우하게 됐다.

김 감독은 "내가 정말 어려웠을 때도 한결같이 옆에 있어준 사람이 호 코치다. 그 고마움에 10년 전 약속을 했고, 호 코치도 나를 믿어줬다"며 감개무량 해 했다. 이어 "호 코치는 선수들의 스피드를 끌어올리는 국내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특히 5~10m 속도를 앞당기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며 "선수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피지컬 적임자다. 기대해도 좋다"며 껄껄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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