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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전 분석]손흥민 살린 이근호, 기성용 살린 고요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11-10 21:54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대한민국과 콜롬비아의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이 열렸다.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
수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1.10

콜롬비아전 베스트11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이근호(강원)와 고요한(서울)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4-4-2 카드를 꺼냈다. 투톱은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손흥민 활용법'을 두고 고심하던 신 감독은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토트넘 경기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최전방 기용을 시사한 것이었다.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에서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나섰다. 손흥민이 포스트플레이에 약점을 갖고 있는만큼, 원톱 기용은 사실상 힘들다. 투톱으로 손흥민의 약점을 상쇄할 파트너를 넣어야 했다.


한국과 콜롬비아 A대표팀의 평가전이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렸다. 이근호가 콜롬비아 골문을 향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1.10.
신 감독의 선택은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이정협(부산)이 아닌 이근호였다. 손흥민의 동선을 살려주기 위해서였다. 이정협은 정통 스트라이커다. 중앙에서 플레이를 한다. 원톱으로 자주 나선만큼 손흥민과 움직임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했다. 이근호는 신 감독의 기대에 딱 떨어지는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과 함께 투톱으로 나선 이근호가 주로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냈다. 이 틈을 타 손흥민이 가운데로 침투했다. 왼쪽에서 가운데로 이동하는 것을 즐기는 손흥민에게 가장 좋은 동선이었다. 손흥민-이근호 투톱은 위치는 최전방이었지만, 오른쪽과 왼쪽으로 공간을 나눠 윙어의 특징까지 살리며 콜롬비아의 수비를 흔들었다.

이 두 침투를 살려준 것은 이재성(전북)-권창훈(디종) 좌우 날개와 그 뒤에 있던 김진수-최철순(이상 전북) 좌우 윙백이었다. 신 감독은 두 공격형 미드필더를 측면에 놓고, 공격 작업을 사이드에서 진행했다. 최전방에 포진했지만 날개에 익숙한 손흥민과 이근호에 맞춘 전술이었다. 이재성과 권창훈이 기본적으로 침투패스를 보냈고, 이들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김진수와 최철순이 볼을 넣어줬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측면으로 볼을 빠르게 보내는데 주력했다.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춰주니 공격쪽 선수들 모두 너나 할 것없이 신바람을 내며 공격작업을 펼쳤다.


한국과 콜롬비아 A대표팀의 평가전이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구장에서 열렸다. 콜롬비아 히메스가 고요한과 기성용 사이에서 넘어지고 있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1.10.
수비쪽 움직임도 이채로웠다. 키플레이어는 고요한이었다. 신 감독은 이날 포백을 내세웠다. 변형 스리백이 아닌 정통 포백이었다. 일반적으로 포백을 보호하기 위한 1차 저지선으로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기 마련이다. 이전가지 대표팀이 기성용의 파트너로 '진공청소기' 유형을 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신 감독은 고요한을 중앙에 포진시켰다.

이 선택은 오히려 기성용을 살렸다. 고요한의 역할은 두가지였다. 첫째는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과 카를로스 모레노(상하이 선화)를 잡는 것이었다. 하메스는 왼쪽 날개로 포진했지만 중앙으로 이동해 콜롬비아 공격의 시발점으로 나선다. 모레노도 중앙에서 침투와 패스로 공격을 이끈다. 고요한은 이 두 선수 사이에 위치해 적절한 포지셔닝으로 번갈아 마킹에 나섰다. 고요한이 두 선수를 적절히 막아내자 콜롬비아 공격의 위력은 반감이 됐다. 두번째는 역습이었다. 이재성과 권창훈이 측면에 자리해 중앙쪽은 아무래도 공격 작업시 숫자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공백을 메워준 것이 고요한의 침투였다. 물론 수비쪽을 더 신경을 쓰느라 침투의 빈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전술적으로는 크게 무리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고요한의 기동력과 민첩성은 기성용의 활동반경을 넓혀줬다.

물론 콜롬비아가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상대의 압박은 비교적 느슨했고, 기동력도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힌트를 찾았다는 점에서 콜롬비아전은 분명 의미있는 평가전이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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