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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 대표팀(FIFA랭킹 15위)이 23일 오전 3시(이하 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캐리 세일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세계 1위' 미국과의 2차 평가전에서 0대6으로 완패했다.
전반 3분, 20분 사만다 뮤이즈에게 멀티골, 전반 35분 크리스틴 프레스, 전반 추가시간 줄리 어츠, 후반 14분 린 윌리엄스, 후반 38분 알리 롱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미국은 알렉스 모건, 크리스틴 프레스, 린 윌리엄스가 최전방에 포진했다. 사만사 뮤이스, 줄리 얼츠, 린지 호란이 2선에 섰다. 케이시 쇼트, 애비 달켐퍼, 베키 사우어브런, 소피아 후에르타가 포백 라인을 형성했다. 애슐린 해리스가 골키퍼로 나섰다.
전반: 미국의 일방적 공세, 이금민의 단독 쇄도
전반 미국의 공세는 거셌다. 전반 3분만에 세트피스에서 선제골을 내줬다. 세일런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는 노스캐롤라이나 커리지 소속 공격수 사만다 뮤이스에게 헤딩골을 허용했다. 전반 6분 슈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강가애가 볼을 놓치며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전반 10분 이금민이 전방으로 쇄도하며 오른쪽으로 질주하는 전가을에게 볼을 건넸다. 그러나 슈팅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기세가 오른 미국의 파상공세가 뜨거워졌다. 전반 17분 린지 호란의 헤딩슈팅을 강가애가 가까스로 잡아냈다. 크리스틴 프레스의 터닝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벗어났다. 결국 전반 20분 추가골을 내줬다. 호란의 크로스를 강가애가 펀칭으로 쳐냈지만 문전으로 떨어진 세컨드볼을 뮤이스가 지체없이 밀어넣었다. 전반 35분 역습 상황에서 패스미스는 아쉬웠다. 장창의 볼을 뺏어낸 모건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크리스틴 프레스의 세번째 골이 터졌다. 장슬기를 앞에 놓고 거침없이 슈팅을 날렸다.
1차전, 최전방부터 수비라인까지 오르내리며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에이스 지소연의 부재는 아쉬웠다. 12월 동아시안컵에서 지소연의 차출이 어려운 상황, 윤 감독은 무리하지 않았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지소연을 제외하고 플랜B를 실험했다.
전반 38분 전가을의 패스를 이어받은 장슬기의 크로스가 해리스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전반 40분, 90분을 통틀어 가장 결정적인 찬스가 찾아왔다. 지선미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이금민이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단독 쇄도하며 날린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미국 골키퍼 해리스가 펀칭으로 막아냈다. 전반 종료 직전, 세트피스에서 호란의 헤딩패스를 이어받은 줄리 어츠에게 4번째 헤딩골을 내줬다. 0-4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 세계 1위 미국을 상대로 고전했다. 전반전 내내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에 밀렸다. 10개의 슈팅과 4개의 유효슈팅, 4골을 허용했다. 8개의 코너킥 중 2개가 골로 연결됐다. 전반 한국의 슈팅은 2개, 유효슈팅은 1개였다.
후반: 전가을의 돌파, 골키퍼 강가애의 부상
윤덕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은미 이소담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미국은 후반 에이스 매건 라피노, 크리스털 던, 골키퍼 제인 캠벨을 교체 투입했다. 후반 5분, 공격수 한채린을 대신 손화연을 투입했다. 후반 5분 전가을의 돌파는 인상적이었다. 거침없이 상대를 파고들며 반칙을 유도했다. 프리킥 찬스로 이어졌다. 이어 이소담과 전가을의 원투패스에 이은 슈팅도 나왔다. 이날 평가전은 전가을 개인으로서도 의미있는 경기였다. 경기가 치러진 세일런 스타디움은 지난해 전가을이 뛰었던 웨스턴뉴욕을 인수한 노스캐롤라이나 커리지(이하 NC)의 홈구장. 스카우트 등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가전을 치렀다. 올시즌 현대제철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전가을은 미국 재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전반 11분 문미라와 교체될 때까지 56분을 활약했다.
후반 14분 1995년생 센터백 김혜영이 볼 키핑에서 치명적 실수를 범했다. 볼을 뺏어낸 '백전노장' 라피노의 패스를 이어받은 린 윌리엄스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5골째를 허용했다. 후반 17분 윤 감독은 김혜영을 빼고 공격수 유영아를 투입했다. 1차전 돔 구장에서 산소부족으로 빈혈을 호소했던 김혜영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후반 18분 '35세 레전드' 10번 칼리 로이드가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미국 관중들이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한국은 전문 센터백 자원이 모두 빠진 가운데 후반 22분 아찔한 위기를 맞았다. 윌리엄스의 문전 쇄도에서, 몸을 날린 강가애가 상대 무릎에 머리를 찍혔다. 들것에 실려나왔다. '1996년생 막내 골키퍼' 김민정이 긴급 투입됐다. 미국의 날선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32분 윌리엄스의 크로스에 이은 로이드의 헤딩이 골대를 맞혔다. 후반 34분 로이드의 슈팅을 김민정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 후반 38분 알리 롱에게 또다시 골을 허용했다. 후반 40분 풀백 이은미의 날선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찬스에서 이은미의 슈팅이 높이 뜨며 결국 0대6 패배를 확정했다.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의 여자축구 등록선수 숫자는 225만5000명이다. 전세계 등록선수 480만 명의 절반에 달한다. 미국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여자축구 선수만 37만 명이다. 2017년, 대한민국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1600여 명에 불과하다. 1600명 중 선발된 23명의 태극낭자들이 '세계 최강' 미국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대패했지만 월드클래스 선수들과 부딪치며 세계 축구의 벽을 실감했다. "우리는 자꾸 깨져봐야 한다. 우리 여자축구는 아직 실력, 인프라에서 톱 레벨이 아니다. 전세계 강호들과 많이 부딪쳐보고 깨지고 아파봐야, 대처법도 배울 수 있다." 윤덕여호의 미국전 출사표대로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윤덕여호 미국 원정 2연전 대표팀 명단(23명)
GK=강가애(27·구미스포츠토토) 김민정(21·수원시설관리공단)
DF=김혜리(27) 장슬기(23·이상 인천현대제철) 이은미(29) 신담영(24·이상 수원시설관리공단) 홍혜지(21·고베 아이낙) 서현숙(25) 김혜영(22·이상 이천대교) 박초롱(화천KSPO)
MF=조소현(29) 전가을(29) 이민아(26·이상 인천현대제철) 이금민(23·서울시청) 최유리(23) 이소담(23·이상 구미스포츠토토) 문미라(25) 지선미(26·이상 이천대교) 장 창(21·고려대) 한채린(21·위덕대)
FW=지소연(26·첼시레이디스) 유영아(29·구미스포츠토토) 손화연(20·고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