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축구에서 승점 1점을 좁히기 위해서 한경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쉽지 않은 미션에 도전하던 제주에 한줄기 희망이 비추기 시작했다. 제주가 강원을 잡고, 전북이 서울과 비긴 34라운드 결과 현실적으로 물 건너간 듯 보이던 우승 가능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4경기 남은 지금 선두 전북(승점 66)과 2위 제주(승점 62)의 승점차는 4점. 물론 여전히 쉽지 않은 격차지만 가능성이 열린 것만은 분명하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10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상위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이채로운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등에는 등번호 100번이 새겨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선 감독들이 선택하는 등번호는 12번째 선수인 팬들을 위한 12번, 혹은 현역시절 등번호 등이 일반적이다. 조 감독도 등번호 선택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여러가지 안이 나왔다.
결국 최종 선택은 '100'이었다. 조 감독은 "행운을 상징하는 '7'도 생각을 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요행수다. 결국 우리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가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100'퍼센트로 준비하고, '100'점짜리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했다. 가장 조 감독 다운 생각이었다.
'100점'을 위한 조 감독의 선택은 '기본'이었다. 조 감독은 강원전 명단에 권순형 정 운 오반석 등 주전급 이름을 제외했다. 대신 류승우 김수범 등을 투입했다. 상위 스플릿 경기 중 가장 해볼만한 강원을 상대로 한 로테이션 차원의 선택이 아니었다. 조 감독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준비가 잘 된 선수들을 넣었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는 아무래도 경험이 많거나,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을 내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았다. 부임 후 스스로에게, 선수들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가장 열심히 준비하고, 가장 열심히 뛸 수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 결과 제주는 귀중한 승점 3점을 더했다. 조 감독은 "사실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얻은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조 감독은 행운 대신 기본을 찾았다. 우승의 운명이 걸린 전북과의 맞대결은 29일 예정돼 있다. 제주는 그 전까지 한게임 한게임, 조 감독의 등번호 100처럼 모든 것을 쏟아부을 생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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