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정을 마친 신태용호는 쉴 틈이 없다.
당장 11월 A매치 2연전 일정을 꾸려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년 6월 열리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 전까지 정한 A매치 주간은 11월과 3월, 단 두 차례 밖에 남지 않았다. 5월 중순 팀 소집 뒤 몇 차례 평가전을 가질 수 있지만 전력의 윤곽은 3월 쯤 완성되어야 한다. 12월 일본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1~2월 동계 소집훈련은 FIFA의 소집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유럽파 선수들을 불러모을 수 없다. 11월 A매치 2연전의 중요성은 그만큼 크다.
그만큼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금쪽 같은 일정이다. 10월 유럽 원정 2연전에서 증명된 현실이다. 개최국 러시아전에서 완패를 당했으나 이청용의 윙백 변신과 권창훈의 성장 등 긍정적인 수확이 있었다. 당초 러시아전 뒤 만날 예정이었던 튀니지 대신 모로코를 급히 불러 평가전을 치를 수 있었던 것 역시 유럽에서 평가전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외파 선수들을 빠르게 모아 전력을 꾸릴 시간이 풍부해졌다는 장점도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원하는 도전과 실험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상대와 지속적인 맞대결이 필요하다.
축구협회는 11월 A매치 2연전을 국내서 치르기로 했다.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팀 뿐만 아니라 예선 탈락한 강팀들도 맞상대로 정해놓았다. 그런데 상대를 구하기 만만치 않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럽팀들은 이미 평가전 상대를 구했거나 동아시아까지의 이동을 탐탁찮게 여기는 눈치"라며 "유럽팀들은 기본적으로 아시아로 원정을 떠나면 2경기 이상 평가전을 치르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11월 A매치 일정을 다시 유럽에서 치르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10월 2연전처럼 해외파 소집에 큰 부담이 없다. 유럽 원정은 수준 높은 강팀과의 일정을 잡는데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아시아 원정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같은 팀들과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11월 중국 원정 일정을 잡은 벨기에는 일본과 맞대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장소 문제로 표류중이다. 일본이 프랑스에서 브라질과 맞붙는 관계로 장소 확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 한국 대표팀이 중국 원정을 마친 벨기에를 초청해 국내서 한 경기를 치르고 유럽으로 건너가 평가전을 갖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11월 A매치 주간 국내 그라운드 여건은 선수들이 100%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강팀을 불러온다고 해도 장거리 원정에서 100% 스쿼드를 갖추고 제 기량을 보여줄지도 장담하기 힘들다. 최종예선부터 이어져 온 국내 팬들의 비관적인 시선 역시 경기를 준비하는 신 감독이나 선수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평가전 상대와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태용 감독은 "한 두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본선"이라고 짚었다. 지금의 신태용호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승리보다 승리할 수 있는 교훈을 얻는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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