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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하고 서울서 꼭 소주 한잔 합시다."
조 감독은 1991년 남북단일팀으로 나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행에 일조하며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인 독일전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렸다. 너무 이른 찬사에 운명이 시기했다. 프로 생활 내내 조 감독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부상과 재활, 부진과 부상이 반복됐다. 결국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고 2003년부터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K리그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도자 입문 꼬박 10년 만이었다. 2013년 12월 챌린지(2부리그) 강등이 결정된 대전 시티즌 지휘봉을 잡았다. '대행' 꼬리표를 달고 시작했으나 이듬해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며 실력을 증명했다. 2015년 클래식에서 성적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으나 2016년 상주 상무 지휘봉을 잡고 클래식 무대에 재도전해 스플릿 그룹A 진출을 이끌며 다시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올 초에는 클래식 승격을 노리는 부산 지뷔봉을 잡았다. 당시 조 감독은 "부산이 '구도'로 불린다. 야구만 인기 있으란 법이 없다. 축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조 감독은 최근 경남 양산의 통도사를 찾으며 승격을 염원하기도 했다. 한때 10점 넘게 벌어졌던 경남과의 승점차가 좁혀지기 시작하면서 '클래식 직행'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조 감독은 "산사를 찾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유서깊은 사찰에서 좋은 기운을 얻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8일 경남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해볼 만하다. 모든 힘을 쏟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 감독은 약속을 뒤로 하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44세라는 너무도 젊은 나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이었기에 더 황망하고 안타깝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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