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에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값진 두 가지 선물을 얻었다. '괴물' 김민재(21·전북)의 발견과 베테랑의 소중함이었다.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데는 수비진이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제 스물 한 살, 올 시즌 프로에 데뷔한 김민재의 활약이 돋보적이었다. 1m88, 95kg의 당당한 체격조건은 물론 당돌함으로 처음 단 태극마크에도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란전에선 후반 초반 상대 선수의 퇴장을 유도하는 등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단두대 매치였던 우즈벡전에서도 형들보다 한 발 더 뛰면서 공중볼 장악을 비롯해 수비 리드와 빌드업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김민재는 지난해 리우올림픽대표팀을 이끌었던 신 감독이 주목했던 인재였다. 당시 예비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석은 어디에서나 빛날 수밖에 없었다. 1년 만에 전북 유니폼을 입고 프로선수가 된 김민재는 최강희 감독의 믿음 속에 주전 수비수로 발돋움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가장 먼저 최고참 이동국(38·전북)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팀 내 기강잡기보다 분명 뛰는 선수로 필요하다는 신 감독의 제안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이동국은 베테랑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팀 숙소생활과 훈련은 솔선수범했고 정작 실전에선 희생을 보여줬다. 이란전에선 고작 3분의 정규출전시간과 추가시간까지 4분을 더해 7분밖에 뛰지 못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이동국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동국은 "출전 시간을 떠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많은 팬들 앞에 다시 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가슴이 벅찼다"고 밝혔다. 우즈벡전에선 후반 33분 이근호(강원) 대신 교체투입돼 두 차례 결정적인 슈팅으로 짜릿함을 선사했다. 골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노병은 죽지 않았다'는 정신을 그라운드에서 표현내냈다.
'염긱스' 염기훈(34·수원)도 우즈벡전에서 베테랑의 진한 향기를 풍겼다. 후반 19분 부상을 한 권창훈(디종) 대신 투입된 염기훈은 '반전 사나이'였다. 답답했던 분위기를 180도 바꿔놓았다. 패스의 정확도를 높이고 왼쪽 측면에서의 센스있는 플레이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갔다.
김민재의 발견과 베테랑의 소중함, 신 감독에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도 더 귀한 것들이 됐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