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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사비' 백승호(20)가 특급대우를 받고 스페인 승격팀 지로나FC로 둥지를 옮긴다.
백승호의 이적 형태는 완전이적이다. 지로나와 3년 계약에 합의했다. 다만 지난 시즌 스페인 바르셀로나 B(2군)에서 총 16분밖에 소화하지 못한 출전시간을 고려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차원에서 올 시즌만 지로나 B팀(2군) 격인 세군다 B(3부 리그) 페랄라다로 임대된다. 이후 2018~2019시즌부터 지로나 1군에 합류하기로 계약서상에 명시했다.
페랄라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시티의 위성구단으로 불린다. 맨시티가 지분 50%를 가지고 있고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동생이자 에이전트인 페레 과르디올라 MBS(Media Base Sports) 사장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백승호가 이적시장에 나오자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유럽과 미국, 호주에서도 러브콜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그런데 걸림돌이 발생했다. 바르셀로나 측은 계약 연장 후 임대 이적을 원했다. 또 구단의 제안에 따르길 원했다. 바르셀로나와 자매결연이 돼 있는 스위스 2부 리그 세르베떼로 가길 원했다. 그러나 백승호 측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바르셀로나도 완강했다. 완적이적은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승호 측도 임대 신분으로 새 팀을 알아보려니 제약이 따랐다. 수많은 제안들도 서서히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이 때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이 지로나였다. 이 관계자는 "꾸준하게 백승호를 지켜보던 지로나가 바르셀로나와 협상 테이블을 차려 끝까지 버텼다"며 "지로나에선 백승호와 같은 선수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특히 지로나의 특급 애정공세도 백승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난 주 호텔까지 잡아놓고 계약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보였다. 지난 주에 계약이 성사됐을 경우 백승호는 페랄라다 개막전을 뛸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풀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바이백 조항이었다. 유망주를 떠나보내는 팀이 그 선수가 잠재력을 터트렸을 때 저렴하게 재영입하기 위해 달아놓는 조항이다. 바르셀로나가 이 조항을 원했지만 지로나는 반대했다. 백승호의 바이아웃을 지불하더라도 완전영입하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다행히 바르셀로나 수뇌부의 충돌로 백승호를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던 기류가 바뀌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지로나는 백승호를 이적료 한 푼 들이지 않고 영입하는 행운을 누렸다.
지로나는 새 팀을 찾는 백승호의 첫 번째 기준(출전)과도 잘 맞아떨어진 팀이었다. 백승호에게 클럽의 이름 값은 중요하지 않았다. 프리시즌에서 끌어올린 몸 상태를 경기를 뛰면서 유지할 수 있는 팀이 필요했다. 그러면서 적응 변수가 큰 타 리그 이적보다는 스페인 내 이적을 더 우선 순위에 두게 됐다.
백승호는 지로나 구단의 요청에 따라 살던 집도 바르셀로나에서 지로나로 옮길 예정이다. 훈련은 지로나 1군에서, 경기만 지로나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페랄라다에서 하게 될 예정이다.
때문에 백승호가 경기감각을 최고로 끌어올릴 경우 지로나의 1군 호출도 받을 수 있다. 꿈에 그리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거로 탄생할 수 있게 된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스페인 1부 리그를 누빌 기회는 없어졌지만 자신에 맞는 옷을 입고 제대로 비상할 시간이 주어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