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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가 말하는 '베테랑으로 산다는 것'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7-08-08 11:3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6일, 강원과 상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가 열린 상주시민운동장. 경기 후 기자회견실에 들어온 '에이스' 이근호(강원)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다짜고짜 물 한통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제서야 시원한 표정으로 입을 닦으며 빙긋 웃는다. "이겨서 다행"이란 첫 마디. 강원은 이날 상주를 2대1로 꺾었다. 3연패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경기를 마친 이근호는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다. 이유가 있다. 이근호는 지나치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선수층이 얇은 팀 사정상 로테이션 없이 매 경기 출전 강행 중이다. 6월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에 나섰고, 얼마 전에는 K리그 올스타전을 위해 베트남에 다녀오기도 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이 "안타깝고, 고맙다"고 말하며 미안해 할 정도다.

최근에는 역할이 더 커졌다. 멀티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상주전에도 그는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첫째, '주포' 정조국을 대신해 공격을 이끄는 일, 둘째, '주장' 백종환을 대신한 캡틴 역할이었다.

이근호는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을 사실이다. 워낙 덥고, 회복 시간도 짧다. 올 시즌은 참 빡빡하다. 쉴 틈이 없다"며 "책임이 더 커진 것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씩 웃었다.

하지만 이근호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이 뛰지 못하는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많이 뛰지 않고서는 잘할 수 없다. 성격이기도 하다"며 "가운데서 버텨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측면에서 풀어 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다.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잘 몰랐다. 그때는 내 것만 딱 하고 말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도 들었고, 팀에서의 위치도 있다"며 "사실은 이런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가 많이 남았다.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이렇게 베테랑이 돼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무한 긍정으로 살인 일정을 이겨내고 있는 '슈퍼맨' 이근호. 그에게 휴식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당장 13일 홈인 평창알펜시아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제주전에서도 어김 없이 출격 대기 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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