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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현재 A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장이 부재 중이다. 지난 14일 카타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서 2대3으로 진 후폭풍이 거셌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술위원회를 가진 후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자신의 동반 퇴진을 발표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슈틸리케 감독은 사실상 경질했고, 이용수 위원장은 직을 내려놓았다.
이미 전체적인 후보군과 밑그림은 전부 그려졌다. 이용수 위원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인 의견임을 깔고 '포스트 슈틸리케'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위기관리 능력 ▶풍부한 경험 ▶국내 지도자 ▶월드컵 최종예선 경험 등을 꼽았다. 이 발언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떠나는 위원장이 차기 감독의 조건을 밝히는 게 맞지 않았다" "정몽규 회장이 이용수 위원장에게 어느 정도 언질을 준 것 아니냐" 등의 얘기들이 나왔다.
이용수 위원장이 밝힌 조건은 뒷배경을 차치하고 지금 한국 축구가 처한 중대한 상황을 고려할 때 틀리지 않다. 적어도 한국 축구의 먼 미래가 아닌 남은 두 경기 이란전(8월 31일)과 우즈베키스탄전(9월 5일)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면 이 위원장이 말한 조건들에 부합하는 감독을 뽑는 게 맞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2개월 동안 이란과 우즈벡을 무너트릴 선수 구성과 전술·전략을 세울 수 있는 승부사가 필요하다.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선 위기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고, 월드컵 최종예선 경험이 있는게 낫다. 당연히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으로, 선수 파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외국인 감독 보다는 토종 지도자가 유리하다.
최종 결정은 협회장이 한다. 정몽규 회장이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결정하고 또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된다. 심사숙고를 해도 좋고, 절차를 지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 우리나라 축구 현실이 아직 선진국 수준에 한참 모자라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A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장 역할을 축구팬들의 기대치에 맞게 잘 수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후보군이 풍부하지 않다. "왜 그런 사람이 없느냐" "축구협회가 돈도 많은데 외국인을 데려와라" "그동안 축구협회는 인재를 안 키우고 뭐 했냐" 등의 목소리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 축구의 빠른 안정을 위해선 빈자리를 버려둔 채 질질 끌 필요가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