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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따뜻한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최 감독은 지난 13일을 떠올렸다. 스카우트 A씨와 만난 날이었다. 최 감독은 "만난건 한 달 전에도 만났었다.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 화요일(13일)이었다. 일식집에서 만났다. 심판 매수 사건이 터졌다고 해서 안 볼 사이가 아니다. 우린 10년 지기"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너무 수척해보이더라. 그래서 담배 좀 끊고 술 좀 줄이라고 말했다"며 "당시 더 따뜻하게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 나와 10년을 함께 한 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 감독은 스카우트 A씨가 지난 13일 생활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A씨가 생활고에 휩싸인 건 지난해 연루된 심판 매수 사건 때문이 아니었다. 지난 2013년 중순부터 그랬다. A씨에게 초등학교 동창으로 접근한 지인에게 수억원을 사기 당했다. 사기범은 잡았지만 A씨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급여 압류를 당했다. 최 감독은 "정이 넘쳤다. 선후배들의 부탁은 거절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A씨가 심적으로 괴로워했던 부분 중 한 가지는 '오해'와 '편견'이었다. 최 감독은 "자신의 행동이 구단의 대의를 위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사건 이후 구단에서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주위에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힘들어 했다. 그래서 누가 뭐라고 하든 네가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야 할 것 아니냐고 조언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또 "사건 이후 그래도 도움을 준 지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과 친했던 많은 사람들이 사건 이후 자신을 피하고 만나주지 않는다며 힘들어하더라.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A씨 아내는 "고인의 애도 기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이런 선택을 하실 분이 아니시다"는 아들의 한 마디도 마음을 울렸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스카우트 A씨는 지난 13일 최 감독을 만나기 전부터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지인들은 A씨가 전화가 오거나 A씨와 술자리를 할 때 "미안하고 앞으로 연락할 일 없을거야"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힘든 상황에서 술 기운을 빌려하는 넋두리로 생각했다. 평소 A씨와 가깝게 지낸 B씨는 "지난 6일 A씨와 통화를 했다. 몸이 안 좋다는 얘기말고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전화통화가 나와의 관계를 마지막으로 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고 전화한 것도 최 감독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지인은 김이주 전 전북 코치, 마지막 전화통화 상대는 김상식 전북 코치였다. 김 코치는 "나와는 심판 사건 이후에도 통화를 자주 했었다. 지난 15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점에 전화가 왔다. 당시 '술 한 잔 드시고 집에 들어가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최근 비슷한 패턴으로 지내셨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며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카우트 A씨는 지난 14일 오후 집을 나간 뒤 귀가하지 않고 15일까지 지인들과 함께 있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16일 오전 3시 30분경이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센서형 CCTV가 달려있다. 24시간 작동되는 CCTV가 아니다. 물체의 움직임이 있을 때만 녹화가 된다. A씨가 경기장 주변을 서성이는 모습이 오전 3시 30분경 포착됐다는 것이 전주월드컵경기장 시설관리공단 관계자와 영상을 본 경찰 관계자의 얘기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이라 자살이라고 확정 짓긴 힘들다"고 밝혔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