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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가자.'
그동안 최재현의 일기에는 웃음보다 눈물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은 뒤 크게 환호했던 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한 수비수였다.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프로 입단도 대학교 4학년 졸업반 때 가까스로 결정됐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프로에 지명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낙담 대신 희망을 꿈꿨다. 일기장에 쓴 문구처럼 조금 느릴지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 최재현은 프로 입문 뒤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옮기며 새로운 길을 뚫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공격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수비할 때 나를 힘들게 했던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생각하면서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일기장에 명언을 적어 넣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반짝 빛나는 순간, 그는 일기장에 어떤 감정을 남겼을까. 최재현은 "이제 몇 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한 경기 결과가 좋았다고 자만하지 말고 늘 초심을 지키며 열심히 하자고 적었다"며 "프로와 아마추어는 완전히 다르다. 프로는 말 그대로 프로다. 훈련도 실전처럼 한다. 긴장감이 돈다. 배우는 게 많고,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A매치 휴식기를 마친 최재현은 17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지는 전북과의 14라운드 홈경기에 출격 대기한다. 그는 "개인적인 욕심을 내기 보다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