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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기성용은 경기 후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지 못해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다." 평소 기성용 답지 않다. 모호하다. 실체를 회피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중해서 남은 두 경기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기성용의 다짐 역시 형식적이다. 진심에서 우러난 의지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기계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큰 차이가 없다. 핵심은 다음이다. 정신 무장을 꼬집었다. 이근호는 "이렇게 안일하게 해선 안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며 "더 간절하고 집중해야 한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인데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카타르와의 비교도 서슴지 않았다. "응집력이 카타르보다 부족했다."
거침없는 이근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아무리 아시아라 해도 다른 팀들은 120%하는데 우리가 안일하고 허술하게 하면 이길 수 없다"며 "다 쏟아냈을 때 조금 나을 뿐이지 힘 빼면 오늘 같은 결과 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 선수들부터 정신 차리고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과는 별개로 A대표팀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꼬집는 목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새삼 놀랍지 않다. 이번 이근호의 직언으로 더 확실해졌다.
선배들이 일군 월드컵 본선 8회 연속 진출, 그리고 통산 9회 진출. 설렁설렁 해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아시아 무대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죽을 각오로, 뜨거운 피와 땀으로 일군 투쟁의 역사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