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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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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993시즌 지금의 체제로 재편된 유럽챔피언스리그(UCL)는 단 한번도 2연패를 허락하지 않았다.
전신인 유러피언컵일때까지만 하더라도 1955~1956시즌부터 1959~1960시즌 5연패의 신화를 쓴 레알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벤피카, 인터밀란, 아약스,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노팅엄 포레스트 등 연패를 한 팀이 즐비했다. 하지만 UCL로 재편된 이후에는 연패에 성공한 팀이 없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팀이 2008~2009시즌 맨유였다. 2007~2008시즌 빅이어(UCL 우승컵)를 들어올린 맨유는 2008~2009시즌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당대 최강'이었던 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었다.
각 리그의 우승팀만 출전했던 유러피언컵때만 하더라도 7~9번만 경기를 치르면 됐다. 빅리그와 하위리그 우승팀과의 클래스 차이도 꽤 컸다. 쉬어갈 수 있는 경기가 있어 레이스 운영이 한결 수월했다. 하지만 UCL이 우승팀만이 아닌 빅리그의 상위권팀들도 포함시키며 규모를 키웠다. 일단 경기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우승까지 13번의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하위리그 우승팀 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빅리그 상위권팀들과의 연전이 이어지는만큼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전 시즌 우승을 위해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한 후 다음 시즌 리그와 UCL, FA컵, 리그컵 등을 병행하다보면 결국 우승이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UCL 우승팀은 시즌 중 아시아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까지 나서야 한다. 물론 상대팀들의 엄청난 견제와 분석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침내 아무도 밟지 못한 2연패의 고지가 점령됐다. 주인공은 'UCL의 팀' 레알 마드리드다. 레알 마드리드는 4일(한국시각) 영국 카디프 내셔널스타디움오브웨일스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2016~2017시즌 UCL 결승전에서 4대1로 승리했다. 2015~2016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제압하고 빅이어를 품은 레알 마드리드는 사상 첫 2연패에 성공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통산 12번째 UCL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대회 최다우승팀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미 리그와 이탈리아컵을 거머쥐며 트레블을 목전에 두고 있던 유벤투스는 7번째 준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첫 우승을 노렸던 지안루이지 부폰도 눈물을 흘렸다.
초반은 쉽지 않았다. 3-4-2-1 카드를 꺼내든 유벤투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전반 6분 마렘 피야니치의 슈팅은 케일러 나바스의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더라면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는 '해결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20분까지 단 한개의 슈팅도 만들지 못하던 레알 마드리드는 다니 카르바할의 땅볼 크로스를 호날두가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레오나르도 보누치의 발에 맞고 굴절되는 행운이 따랐지만 호날두의 결정력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유벤투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7분 뒤 동점골을 넣었다. UCL 결승전에 걸맞는 환상골이었다. 알렉스 산드루의 크로스를 곤살로 이과인이 가슴으로 밀어주자 마리오 만주키치가 멋진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했다. 슈팅은 포물선을 그리며 나바스 골키퍼의 손을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팽팽했던 전반과 달리 후반은 레알 마드리드의 일방적인 공세로 진행됐다. 유벤투스의 허리진에 균열이 왔고 레알 마드리드는 이틈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16분 카세미루의 중거리포가 다시 한번 굴절되며 부폰 골키퍼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기세를 잡은 레알 마드리드는 3분 뒤 추가골을 넣었다. 이번에도 호날두였다. 루카 모드리치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호날두가 니어포스트로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5시즌 연속 UCL 득점왕을 확정짓는 호날두의 이번 대회 12호골이자 그의 프로데뷔 후 통산 600번째골(소속 구단·717경기 529골+대표팀·138경기 71골)이었다. 유벤투스는 후안 콰드라도와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39분 콰드라도가 퇴장당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망연자실한 유벤투스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마르코 아센시오의 쐐기골까지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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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는 바이에른 뮌헨, 바르셀로나, 유벤투스와 함께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에서 보다 UCL에서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네딘 지단 감독은 UCL에서 과감한 용병술로 지도력을 과시했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전이 백미였다. 부진과 부상으로 고전하던 가레스 베일을 제외하고 이스코 시프트를 적극 활용하며 대어를 잡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4강전에서도 다이아몬드 4-4-2로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결승전 역시 밸런스를 끝까지 잘 지킨 것이 결정적인 승인이었다. 선수단 운용도 돋보였다. 호날두, 카림 벤제마 등 핵심 선수들 외에 알바로 모라타, 루카스 바스케스, 아센시오 등 백업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로테이션으로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줄여줬다.
물론 이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호날두다. 바이에른, 아틀레티코, 유벤투스 모두 최고의 팀이었지만,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정적 차이는 호날두의 유무였다. 호날두는 올 시즌 리그에서 25골에 머물며 '라이벌'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에게 득점왕을 내줬다. 출전도 29경기에 그쳤다. 하지만 UCL에서는 달랐다. UCL에 집중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하다. 호날두는 조별리그부터 13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지단 감독은 UCL에서는 철저히 공격의 중심을 호날두에 맞췄다. 4-3-3과 4-4-2를 병행하며 측면과 최전방을 오간 호날두는 고비마다 득점포를 쏘아올렸다. 조별리그에서 2골에 그친 호날두는 토너먼트에서만 10골을 터뜨렸다. 8강에서 팀이 넣은 6골 중 5골을 넣었고, 준결승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 해결사로 나선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의 힘이었다. 결승에서도 2골을 폭발시키며 호날두는 다시 한번 최고의 별이 됐다. 발롱도르 역시 그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레알 마드리드는 UCL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팀이다. 전입미답의 '2연패'까지 성공하며 또 한번 새로운 역사를 썼다. 레알 마드리드는 그럴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이날 카디프의 밤은 레알 마드리드의 밤이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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