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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남미 챔피언' 우루과이에게 완패했다.
전반 19분, 일본은 불운을 맞았다. 개막전 동점골로 역전극의 일등공신이 된 오가와 코키가 착지과정에서 부상하며 들것에 실려나갔다. '2001년생 일본 메시', 개막전 교체투입 직후 도움까지 기록한 구보가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경기장을 찾은 일본 서포터스는 일제히 "구보! 구보!"를 연호했다. 전반 20분 구보가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이와사키와 나란히 투톱으로 나섰다. 그러나 오가와의 부재속에 공격의 날은 무뎠다. 구보가 박스안에서 손짓을 하며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번번이 상대 수비에 막혔다. 효율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 내내 슈팅 1개에 그쳤고, 유효 슈팅은 전무했다.
반면 '남미 예선 1위' 우루과이는 기세등등했다. 중원에서 '에이스' 벤탄쿠르의 개인기가 빛났다. 벤탄쿠르는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은 천재 미드필더. '아르헨티나 레전드' 후안 리켈메가 "유럽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데 일말의 의심이 없다. 경기를 풀어가는 법, 볼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고 극찬한 선수다. 전반 33분 벤탄쿠르는 번뜩이는 드리블로 중원에서 박스까지 치고 들어가는 개인기를 과시했다. 뒷공간을 노린 패스는 예리했다.
일본은 우루과이의 공세에 밀리며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당황한 수비수들의 무리한 반칙이 빈발했다. 전반 44분 발베르데의 날선 프리킥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벗어났다. 0-1로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전, 양국이 자랑하는 스타플레이어, 나란히 등번호 20번을 단 벤탄쿠르와 구보 다케후사의 플레이를 관전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후반 5분 벤탄쿠르의 발끝이 또 한번 번뜩였다. 수비수 3명 틈새로 찔러넣은 스루 패스가 문전쇄도하던 카노비오에게 배달됐다. 1대1 찬스가 불발됐지만 클래스를 입증하기엔 충분했다. .
일본은 집요하게 동점골을 노렸지만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찬스의 중심에는 늘 구보가 있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은 빠르고 영리했다. 후반 9분 이치마루의 슈팅을 멜레 골키퍼가 오른손으로 쳐낸 직후 구보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후반 13분, 또다시 구보가 번뜩였다. 박스 안에서 상대를 흔드는 위협적인 움직임에 이어 오른발 슈팅이 작렬했다. 골키퍼가 간신히 쳐낸 볼을 도안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이마저 골키퍼 손에 걸렸다. 후반 21분 구보의 스루패스에 이은 이와사키의 슈팅을 또다시 골키퍼가 막아섰다. 후반 내내 골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35분을 전후해 양팀은 변화를 택했다. 우루과이는 골을 넣은 시아파카세를 빼고 아르다이스를 투입했다. 공격수 델라크루스를 후안 보셀리와 교체했다. 벤탄쿠르가 주장 완장을 찼다. 일본은 공격수 하라 대신 '캡틴' 사카이 다이스케를 투입했다.
후반 38분 구보가 얻어낸 파울에 이은 프리킥 찬스, 도안의 슈팅이 골키퍼 가슴에 안겼다. 후반 막판 체력이 떨어진 일본을 상대로 우루과이의 역습이 작렬했다. 후반 교체투입된 사라치가 왼쪽 측면에서 건넨 패스를 마티아스 올리베라가 원터치로 밀어넣은 후 뜨겁게 환호했다. 2대0으로 완승했다.
우루과이는 이탈리아와의 개막전(1대0 승)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사실상 16강행을 확정했다. 2007년 대회 이후 10년만에 본선에 오른 일본은 2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하며, 27일 이탈리아(1승1패)와의 3차전에 16강행의 명운을 걸게 됐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