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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6월 22일, 단신의 공격수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승우는 아르헨티나와의 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0-0으로 맞서던 전반 18분 후방에서 넘어온 패스를 잡지 않고 속도를 붙여 질주했다. 3명의 수비수가 이승우에게 달려들었지만 소용없었다. 약 40m를 질풍처럼 달려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격했다. 골키퍼가 급하게 튀어나왔다. 이승우는 당황하지 않았다. 마치 이미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이 여유있게 왼발로 찍어 차 넣었다.
마라도나의 전설적인 골이 정확히 31년만에 재연됐다. '미친 골'을 터뜨린 이승우. 그것도 '마라도나의 후예'이자 U-20 월드컵 최다 우승(6회)에 빛나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였다.
'난 놈'은 '난 놈'이다. 이승우는 대회 개막전을 앞두고 자신의 옆 머리네 'V'와 'SW(Six Wins in a row·6연승)'을 새겼다. 필승의지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출한 것. 혹자는 말했다. '너무 설레발 치는 것 아냐?'
아니었다. 이승우는 실력으로 입증했다. 개인 능력으로 판을 뒤흔들었다. 그의 활약을 보면 이런 표현이 딱 떠오른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11명이 하는 팀 스포츠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축구의 개념을 벗어난 최초의 선수를 보고 있다." 이는 1986년 월드컵 아르헨티나-잉글랜드 경기를 중계했던 빅터 휴고 모랄레스가 남긴 코멘트다. 아르헨티나 출신 해설자가 남긴 명코멘트의 새로운 주인공은 바로 이승우였다.
2013년 1월 '18세 이하 선수는 해외에서 뛸 수 없다'는 FIFA규정에 따라 소속팀 바르셀로나 공식경기에 뛰지 못했던 이승우. 돌아오는 데만 꼬박 3년이 걸렸다. 2016년 1월 돌아온 녹색 그라운드. 공백은 없었다. 특유의 '깡'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자신을 향한 온갖 비판과 의심을 잠재웠다.
거꾸로 전 세계 축구팬들을 '황홀경'에 빠뜨리고 있다. 그는 기니전에 이어 아르헨티나전까지 골을 터뜨리며 2경기 2골을 기록중이다. 이런 기세라면 대회 득점왕도 차지할 수 있다. 러시아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는 A대표팀 콜업까지 노려볼 만한 놀랄만한 페이스다.
전주=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