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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준비한 필승 해법은 변형 스리백이었다.
신태용호는 아르헨티나전에서 포백과 스리백을 오갔다. 김승우의 영리함이 돋보였다. 무리해서 내려서지 않았다. 오히려 포어리베로에 가까웠다. 팔라시오스, 콜롬바토 등 아르헨티나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의 예봉을 한발 앞서 끊었다. 하지만 상대 공격이 페널티박스까지 근접하면 그제서야 내려서서 수비 숫자를 늘렸다. 김승우의 영리한 플레이에 한국 수비는 안정감을 찾았다.
신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철저하게 수비에 초점을 맞췄다.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전에서 한골도 넣지 못하고 0대3으로 패했지만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폰세, 로드리게스, 팔라시오스 등의 개인기는 위협적이었다. 신 감독도 "잉글랜드가 이겼지만 아르헨티나가 더 잘했다"고 경계심을 보였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독이 오를데로 오른 상대를 상대로 맞받아칠 필요는 없었다.
신 감독은 후반 5분 아르헨티나에게 추격골을 내주자 곧바로 이승모를 투입해 중원을 강화했다. 김승우는 이때부터 아예 수비로 내려가 스리백을 유지했다. 한국은 계속해서 숫적인 우위를 앞세워 아르헨티나를 막았다. 송범근(고려대)도 고비마다 선방으로 수비진을 도왔다.
이처럼 신 감독이 수비 전술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승우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한국은 공격 시 백승호를 중앙으로 돌리고 사실상 이승우와 조영욱 투톱 체제로 운영했다. 숫적 열세에 놓였지만 이승우는 탁월한 개인기로 공격을 이끌었다. 이승우는 전반 18분 환상적인 선제골로 분위기를 바꿨다. 조영욱도 빼놓을 수 없다. 조영욱은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아르헨티나 두 센터백을 경기 내내 괴롭혔다. 전반 42분 백승호의 페널티킥골도 조영욱이 만들어냈다. 간결한 역습은 급한 아르헨티나에게는 오히려 더 위협적이었다.
아르헨티나전 승리는 확실한 수비전략을 세우고, 이승우의 힘을 믿은 '여우' 신태용 지략의 승리였다.
전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