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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프로 무대에서 피를로와 함께 뛰어보는 것이다."
다리에 쥐가 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경기 후에도 "바~누아투"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바누아투의 첫 20세 이하 월드컵이자 첫 FIFA 모든 공식대회를 통틀어 본선무대 첫 참가였다. 바누아투의 월드컵행은 FIFA가 축구의 균형발전을 위해 이번 대회부터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에 출전권 2장을 할당하면서 가능해졌다. 면적 1만2189㎢ , 인구 28만명, 1인당 GDP 2775달러(약 311만원)의 남태평양 섬나라는 작고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해피플래닛 인덱스가 뽑은 세계에서 4번째로 행복한 나라다.
'바누아투 영웅' 칼로의 하루는 길었다. '생애 첫' 도핑 테스트까지 마치고 밤 9시가 넘어서야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맨발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표정만은 더할 나위없이 밝았다. "FIFA 본선도 처음, 골도 처음, 도핑테스트도 처음, 모든 게 처음인 역사적인 날"이었다.
'역사적인 첫 골'이라는 말에 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어메이징한 일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FIFA월드컵에서 골을 넣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놀랍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골은 축구 인생 최고의 순간,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오랫동안 꿈꿔온 순간"이라며 미소 지었다.
'국민적 영웅'이라고 하자 "맞다. 영웅 맞다. 정말 다들 너무 좋아할 것같다"며 활짝 웃었다.
바누아투에서 국가대표 축구선수라는 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집안의 영웅이다. "가족들이 엄청 좋아할 것이다. 아마 축하하고 있을 것같다. 가족들이 이미 나를 '히어로'라고 부른다. 국가대표 스쿼드에 들어간 사람은 우리 가족중에 나뿐이니까"라며 미소 지었다.
첫골 다음 목표는 첫승이다. "다음 베네수엘라전 목표는 승리하는 것이다. 첫골을 넣었으니 첫 승점, 첫 승리도 하고 싶다"고 또렷이 말했다.
좋아하는 선수, 롤모델을 묻자 지체없이 "안드레아 피를로"의 이름이 나왔다. "그는 훌륭한 미드필더이고 스킬이 대단히 뛰어나다. 그의 경기를 즐겨봤다"고 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칼로와 미드필더인 피를로의 포지션이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번 월드컵에선 공격수로 뛰지만 원래는 미드필더다. 피를로를 정말 좋아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 작은 나라 바누아투를 향한 응원은 뜨거웠다. 경기 종료 후 바누아투 선수들은 서포터석을 찾아 바누아투 전통 '하카 춤'을 추며 열렬한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칼로는 "한국 팬들의 응원 덕분에 또 다른 파워가 생긴 것같았다. 우리의 홈그라운드같았다. 한국에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이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
선수로서의 꿈도 이야기했다. 바누아투는 8개 팀으로 구성된 축구리그가 있지만 아직 프로리그가 없다. "내 꿈은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피를로와 함께 유럽 무대에서 한번 발을 맞춰보고 싶다"며 웃었다.
공은 둥글다. 지구촌 어디에나 축구는 있다. 그리고 청춘의 꿈은 계속된다.
대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