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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는 위기 때 빛난다. 원샷원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개막전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성남은 개막후 8경기에서 3무5패, 최하위로 추락했다. 두 달이 다 되도록 마수걸이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김두현 오장은 등 베테랑들의 컨디션 난조에 외국인선수들의 부상이 겹쳤다. 13명의 선수가 크고작은 부상에 신음하며 기대했던 조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경훈 성남 감독은 "더이상 부상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활동량 많은 챌린지에 적응해야 한다. 이름값이 아닌 팀을 위해 헌신, 희생할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한 때다. 젊고 많이 뛸 수 있는 선수들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고 했다.
시즌 초반 안방 2연승을 달리며 '신생팀 돌풍'을 일으킨 안산 역시 3월 26일 서울 이랜드전 이후 최근 5경기에서 1무4패로 부진한 상황, 양팀의 '무승 탈출' 전쟁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차상광 A대표팀 골키퍼 코치 역시 경기장을 찾아 수문장 김동준과 공격수 황의조의 움직임을 체크했다.
1분 후인 전반 5분 안산 골잡이 라울에게도 기회가 왔다. 문전으로 파고들었지만 슈팅은 불발됐다.
양팀은 공격적인 스리백을 가동하며 황의조와 라울의 뒷공간을 노린 강력한 카운트어택으로 승부했다. 후반 11분 박준희의 패스를 이어받은 라울의 슈팅이 또다시 위로 떴다. 라울의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전반 20분 라울이 문전쇄도하는 과정에서 성남 골키퍼 김동준과 충돌했다. 이흥실 안산 감독은 전반 32분 고통을 호소하는 나시모프 대신 정경호를 투입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박경훈 성남 감독은 이창훈 대신 김동희를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안산은 이건, 장혁진, 이민우가 바지런히 움직이며 끊임없이 만회골을 노렸지만 결정력이 2% 부족했다. 후반 16분, 후반 19분 이민우의 슈팅이 잇달아 김동준의 손에 걸렸다.
후반 26분 안산은 가장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국대 골키퍼 김동준의 슈퍼세이브가 빛났다. 정경호의 낮은 크로스를 이어받은 이건의 슈팅을 김동준이 펀칭으로 쳐냈다. 라울이 세컨드볼을 잇달아 밀어넣으려 했지만 이 또한 김동준이 온몸으로 막아냈다. 안산은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동점골을 노렸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성남이 원정에서 귀하디귀한 승점 3점을 꿰찼다. 안산은 홈에서 3연패의 시련을 맞았다.
이날은 박경훈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K리그 200경기를 맞는 의미있는 날이었다. 그토록 목말랐던 마수걸이승, 세상 무엇보다 기쁜 선물이었다.
안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